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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카스기 료/서은정 역] 청년사장-소설 외식업(1999)

독서일기/경영(외국)

by 태즈매니언 2017. 7. 10.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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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자민당 의원인 '와타나베 미키'가 이자카야에 패밀리레스토랑을 결합한 저렴한 가격의 프랜차이즈 <와타미>를 도쿄 증권거래소 2부에 상장하기까지의 스토리를 서술한 경제소설입니다. 와타나베 미키란 정치가와 이자카야 프렌차이즈의 성공스토리가 궁금해서 가볍게 읽었네요.

 

일부러 없던 갈등구조를 만들어낸 것도 아니라 3인칭으로 쓴 회고록 또는 사사(회사 역사)같더군요. 하지만 우리나라 대중들이 읽는 출판물 중에 이런 경제소설 장르가 많이 취약하다는 걸 절감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 <베니스의 개성상인>이나 <황제의 꿈>(이원호씨..부끄럽네요.ㅎㅎ) 같은 책들이 나름 어린이들의 직업선택에 도움을 줬던 것 같은데 요즘은 이 시장을 판타지와 무협소설의 라이트노블에 완전히 뺏겨버린가 아닌가 싶네요.

 

게다가 TV드라마에 나오는 성공한 청년사업가의 성공담 수준의 판타지와는 차원이 다르게 디테일이 상당히 좋습니다. 원작이 나온 게 1999년이라 우리나라 80년대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어이없어 웃게 만드는 부분들도 있고, 지금은 제도가 많이 바뀌었겠지만 이 책이 출판될 당시 실제로 요식업 창업을 생각하고 있었던 이라면 도움이 될만한 노하우와 팁들이 꽤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당부분이 업계의 암묵지로만 흘러다닐 내용일텐데 말이죠. 그나마 요즘 페북을 통해서 요식업을 하시는 훌륭하신 사장님들의 경험담을 단편적으로 접할 일이 있었는데 사장님들의 귀한 체험들이 이렇게 책으로 나오면 사회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창업 당시 와타나베 미키는 '유한회사 와타미상사'라는 법인사업자로 출발해서 첫 번째 프랜차이즈 출점을 위한 자금 5,000만 엔을 마련하는 기법도 설명해주고 있더군요.

 

3,000만 엔은 제2금융권인 리스회사와의 할부판매계약으로 조달하되 임대인의 승낙을 얻어 출점한 점포 임차보증금에 질권을 설정하고 대표이사와 이사가 연대보증해서, 2,000만 엔은 해당 프랜차이즈에 주류를 공급하는 주류도매상으로부터 무담보로 차용했더군요.(<대한민국 치킨전>을 보니 우리나라 치킨가맹점주들도 주류를 좀 더 높은 단가에 독점으로 공급받는 대가로 주류도매상으로부터 차용한다고 합니다.)

 

나중에 미쓰이 계열 대기업 닛폰제분으로부터 출자를 받아 프랜차이즈 직영점을 확대해나갈 때는 출자한 닛폰제분 명의로 임대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후에 닛폰제분으로부터 전대차를 받아 임차료에 금리를 더해서 갚아나가는 식으로 투자비용을 줄이기도 했더군요. 중소기업 창업주가 느끼는 대기업집단의 힘이 이런 것이구나 싶은 부분도 많았고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받으면서 가맹점 창업 후 1년 동안은 매상총이익이 보증한 금액에 미치지 못할 경우 본사에 지불하는 로열티 및 식재료 등의 대금에서 차감하도록 하여 가맹점주의 초기리스크를 부담하는 공격적인 마케팅 기법도 신기했고요.

 

또, 위인전으로 흐르지 않고 성공하는 과정에서 과거에 저지른 불법적인 일에 대해서도 서술하는 나름의 솔직함(?)도 종종 등장합니다.

 

와타미는 거품이 꺼진 직후에 저렴한 가격이지만 냉동재료를 사용하지 않고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면서 주중엔 회사사람들과,주말엔 가족과 함께 올 수 있는 메뉴가 120가지나 되는 친절하고 깔끔한 요리주점이란 컨셉으로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입니다.

 

우리나라는 배달대행앱이 경쟁하는 2017년에도 배달용 오토바이의 안전수칙은 경찰관의 단속에만 맡기고 있는데 일본은 1993년에 배달을 하는 요식업계 사업자들이 배달용 오토바이 안전운전 기준을 만들었더군요. ㅠ.ㅠ

 

회사법을 배우긴 했지만 법인 설립은 물론 동호회 정관 작성 한 번 해본 적이 없는 지라 와타나베 미키 사장이 경영상의 중요한 결정들이 있을 때마다 이사회, 주주총회, 신주발행과 주금납입 등의 절차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모습(메이지대 상과출신의 위엄), 그리고 대리인과 주간사를 정해서 일본 장외증권시장에 등록 신청을 하고 주간증권사의 엄격한 사정에 대응하는 과정, 주간증권사의 최저 하한가 설정 -> 시초가 결정 -> 인증식과 기자회견, 설명회 등의 과정 들은 90년대 일본의 절차이긴 하지만 상장절차의 이해에 도움을 주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종업원을 혹독하게 대하는 블랙 기업으로 유명하고, 얼마전에도 청년들에게 죽을둥 살둥 일하라고 했다가 설화에 시달린 와타나베 미키지만 장외시장 상장 후 모든 사원의 부모를 특급호텔로 초대하고 내빈들 앞에서 사장이 직접 모든 사원 한 명 한 명의 이름과 직함 장점과 개성까지 설명해준 이벤트는 인상적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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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권 243쪽

 

1993년 9월 '피자 등 배달업안전운전관리협의회(SDA:Safety Driving Association)'는 배달용 오토바이의 안전운전 차량관리 매뉴얼 제작을 목적으로 발족하였다.

매뉴얼 분과회는 훗날 다음과 같은 5항목의 안전운전기준을 명시했다.
1.시속 30km이하로 주행한다.
2.일시정지선 앞에서는 양발로 땅을 딛고 정지한다.
3.반드시 헬멧을 착용하고 턱끈을 조인다.
4.신호가 없는 교차점, 커브, 통행인이 많은 길, 좁은 길에서는 20km이하로 서행한다.
5.교통규칙을 준수한다.

 

하권 267쪽

 

오후 4시까지 출근해서 영업 준비를 시작하는 알바생의 타임카드를 5시에 찍도록 지시해서 1시간 분의 시급 950엔을 아끼는 치사한 짓을 고안해낸 사람은 가사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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