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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디] 고발(1995)

독서일기/북한

by 태즈매니언 2017. 3. 16.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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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페북에서 소개받았던 단편소설집입니다. 작년에 읽었던 장편소설 <붉은 넥타이>도 생경한 탈북자 문학작품이었지만, 이렇게 북한을 떠나서 쓴 게 아니라 실제 거기서 살고 있는 작가가 쓴 북한 소설은 처음 읽었네요.

익명의 저자 '반디'는 북한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으로 기관지에 기고하였던 작가인데 김일성 사망 후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북한 주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을 남몰래 원고지에 기록해 왔다고 합니다.

'반디' 자신은 가족들 때문에 탈북하지 못했지만 홀홀단신으로 탈북한 친척을 통해 북한 밖으로 원고지 뭉치를 보냈네요.

<탈북기>, <유령의 도시>, <준마의 일생>, <지척만리>, <복마전>, <무대>, <빨간 버섯> 이렇게 일곱 편의 단편소설이 실려 있습니다. 이 단편들을 읽으면서 '소설적 과장'이 지나친 것이 아닌지 이물감이 드는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주민으로 살아가는 것이 어떤지 결코 경험해볼 수 없는 사람이 함부로 재단할 부분이 아닌 것 같아 조심스럽습니다. 특히 북한 내부에서도 가장 고통스러웠던 시기로 기억하는 '고난의 행군'시기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이니까요.

그래서 북한에서 살아가는 이가 경험한 아픔과 괴로움들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최대한 담담하게 묘사한 문장들에서 장엄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누군가 원고지 뭉치를 발견하는 날엔 처형되거나 교화소에서 평생을 썩어야 할 위험성을 감수하고 쓴 작품들이니까요.

서문을 대신한 저자의 시를 옮기면서 일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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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녘땅 50년을
말하는 기계로,
멍에 쓴 인간으로 살며

재능이 아니라
의분으로,
잉크에 펜으로가 아니라
피는물에 뼈로 적은
나의 이 글

사막처럼 메마르고
초원처럼 거칠어도,
병인처럼 초라하고
석기처럼 미숙해도
독자여!
삼가 읽어다오.

- 반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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