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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란코프/김수빈 역] 리얼 노스코리아(2013)

독서일기/북한

by 태즈매니언 2018. 1. 8.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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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친들의 극찬이 이어졌던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님의 2013년 저서 <리얼 노스코리아>를 이제야 다 읽었다. 작년에 <빙하는 움직인다>, <핵벼랑을 걷다>와 <고발>, <조선자본주의 공화국> 등을 읽을 때 같이 읽었더라면 좋았을텐데.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 아래 링크로 따온 가장 최근의 교수님 글을 다시 한 번 읽었다. 북한문제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바라보는 시야 자체가 넓고 다면적이다. (그러니 파이낸셜 타임즈가 작년에 세계의 사상가 50인 중 한 명으로 꼽았겠지.)


http://thetomorrow.kr/archives/6481


위의 기고문을 정독할 정도로 북한 문제에 관심이 있으면서, 란코프 교수님이 어떤 근거로 이러한 판단을 내렸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이 책을 권한다. (통일을 연구분야로 하는 정출연도 있고, 북한학과가 있는 대학에 계신 분들도 많은데 북한에 대해 자신있게 권하는 교양서적이 왜 꼭 외국인 저서인지 아쉽다. ㅠ.ㅠ)


난 작년 북한의 작년 9월 미사일 발사 보도를 보고서야 북한의 자발적인 전략변화에 대한 기대와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통일의 가능성에 대한 기대를 저버렸는데 란코프 교수님의 가르침을 일찍 접했더라면 이런 생각이 좀 더 일찍 확고해졌을 것 같다.


정치적으로 실현가능성은 거의 없겠지만 다음 번 개헌 때 대한민국헌법 제3조 영토조항과 제4조 평화적 통일 조항을 삭제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북한에 대해 무관심해지는 게 무력한 휴전선 이남 사람들이 그나마 할 수 있는 최선이 아닐까?


지금 상황에서는 북한의 미사일 동결과 한국의 원조, 미국의 불가침 선언 및 북한과의 수교 패키지 합의를 이루고, (고통받는 북한 주민들에게는 대단히 야박한 말이지만) 북쪽 일은 북쪽에 맡기고 싶다.


어차피 커넥토그래피의 시대에 일제시대보다 못한 인프라가 깔린 냉대지방 산간지대와 스탈린시대의 굴라그의 간수와 수용자들이 국제결혼도 겨우 받아들이는 대한민국에 무슨 의미가 있다고. 어릴 적엔 민족주의 세뇌를 듬뿍 받았지만 여기서 벗어난 내 또래와 2002년 월드컵 때의 태극기열풍 외엔 민족주의를 경험해보지 못한 세대가 다수가 될수록 이런 방향으로 흘러갈 거라 예상한다.


남한 사회가 탈북자(법률용어로 '북한이탈주민')에게 왜 교육과 전문적인 직업에 종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지에 대한 제5장 말미의 조언도 설득력 있었다. 동아일보 주성하 기자님의 존재가 얼마나 귀중한지를 떠올려보니 단박에 수긍이 가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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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쪽


성분 제도는 근대적인 감수성을 가진 이들에게 매우 불공정한 것으로 보일 수 있지만, 주민들을 통제하는 데는 분명 효과적인 방식이다. 김일성의 북한에서 정권에 반대하려는 사람들은 저항을 시도할 경우 자신만이 그 대가를 치르는 게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정권에 도전하려는 사람들은 자신들의 직계 가족들이 몇 대에 걸쳐 차별의 대상이 될 것임을 안다. 
(반디의 단편소설집 [고발] 중 <탈북기>가 성분제도의 질곡을 잘 묘사하고 있다.)


80쪽


북한 역사에 기록된 마지막 공개재판은 1955년에 조선공산당의 창설자이자 공산주의 1세대 중 가장 저명한 인물이었던 박헌영이 미국과 일본의 첩자라는 죄목으로 사형을 언도받았을 때 이루어졌다.


290쪽


현 체제의 존속은 북한의 일반주민들이 물질적 정신적으로 궁핍한 상태(그리고 공포로 가득 차서)로 계속 살아가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주변국 국민들이 경제발전의 과실을 맛보는데 그들은 그러기는커녕 하루하루 육체적인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있다. 북한 주민들은 보다 품위 있는 문화를 접할 단순한 기회조차도 박탈당했다. 마지막으로 그들은 국가가 빡빡하게 정해놓은 규범에서 벗어나는 짓을 하면 혹독한 처벌을 받게 된다는 걸 늘 기억하고 있다. 이러한 인간적인 삶과 에너지의 낭비야말고 김씨 가문 독재의 가장 큰 폐해일 것이다.


299쪽


북한 정권의 입장에서 볼 때 개성공단을 승인하고 심지어 장려하기까지 한 김정일의 결정은 커다란 실수였다. 어쩌면 북한의 집권층이 저지른 가장 큰 실수일지도 모른다. 이들의 생존은 주민들을 외부 세계에 무지한 상태로 유지시키는 능력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개성공단은 북한 당국에게 상당한 수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개성공단은 개성에 살거나 가족 또는 친구가 공단에서 일하는 북한 주민 15~20만 명의 세계관을 급격하게 바꾸어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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