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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피어슨/다니엘 튜더] 조선자본주의공화국(2015)

독서일기/북한

by 태즈매니언 2017. 11. 19. 1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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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주재하는 동안 북한에 대해 기사를 쓰고 라디오방송을 했던 로이터의 특파원 제임스 피어슨과 이코노미스트 한국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한국에 대해 두 권을 책을 낸 다니엘 튜더가 2015년에 쓴 <North Korea Confidential>을 번역한 책입니다. 다니엘 튜더의 책을 연달아 세 권 읽는군요.

북한의 사회체제와 경제생활, 주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대해 신뢰할만한 자료를 찾기 어렵죠. 게다가 국정원, 탈북자단체, 인도주의적 지원단체, 햇볕정책 지지자와 반대자들의 시각이 얽혀있다보니, 국외자로 자유로운 이 두 외국인들이 본 북한의 모습이 어떤지 궁금했습니다.

북한의 공인 작가단체인 조선작가동맹 중앙위원회 소속으로 ‘반디’라는 필명의 작가가 1990년대 초중반 ‘고난의 행군‘ 시절에 봤던 참상들을 소재로 하여 쓴 일곱 편의 단편소설집 <고발>을 읽었던 게 도움이 됐습니다.

이 두 권의 책을 통해 지난 20년 사이에 스탈린주의를 강력하게 고수해왔던 북한사회가 어떻게 중국을 찜쪄먹는 자본주의 기반의 전체주의 국가로 변모했는지에 대해 큰 흐름을 잡을 수 있었고요.

특히 당의 혜택을 집중적으로 받지만 통제도 가장 심한 평양직할시 주민, 중국 이동통신사의 전파가 잡히는 거리에 거주하는 평안북도와 자강도 국경지대 주민, 평안남도와 황해도 주민, 평앙에서 그나마 가장 자유로운 함경북도와 라선특별시 주민, 아직 주체사상이 그나마 짙게 남아있는 순박한(?) 강원도 주민 등 북한 각 지역별 특성에 대한 묘사가 기억에 남네요.

계속되는 대북제재에도 불구하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6년 북한 경제성장률 추정결과 연간 실질 GDP 성장률이 3.9%로 1999년 6.1% 이후 최고치였다고 합니다.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책을 보니 가장 중요한 건 공산당이 계획경제와 배급시스템을 포기면서 장마장 지하경제가 확대되고, 이동통신의 보급으로 재화와 서비스의 수요 공급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개선되면서 시장의 효율이 발휘된 결과인 듯 싶습니다. 그래서 번역판 제목이 <조선자본주의공화국>이라는 섹시한 제목일테죠. 북한 담배회사들 간의 경쟁도 재미있었습니다.

뉴욕의 맨해튼처럼 풍족한 삶을 누린다고 해서 ‘평해튼’이라 불린다는 평양의 신도시 창전거리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고요. 19세기 말 미국의 날강도 귀족(robber baron)의 시대나 중국의 개혁개방시대에 벌어졌던 일들이 평양에서도 되풀이되는 상황인 듯 합니다.

다만 장기적이고 정책적인 SOC 투자 없이 경제성장이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중국의 원유 및 비료 수출 중단, 대규모의 홍수나 가뭄이 발생해서 장마당 경제의 활성화로는 감당할 수 없는 역성장의 상황이 닥쳤을 때 북한 인민들의 불만을 언제까지 누를 수 있을지.

김정은 정권과 이를 지지하는 특권층들이 호화 요트같은 사치품이나 고층 아파트 말고, 제2의 박정희와 같은 의지와 비전을 가지고, 유료도로를 깔아서 이용자들에게 통행료를 물리고, 수력발전소를 지어서 전기이용요금을 징수하며, 상하수도 배관을 깔아 이용료를 받는 신종 민간투자사업(Public Private Partnership)체계를 만들지 않고 지금처럼 일제 강점기보다 못한 인프라를 그대로 둔 채로, 빼빼마른 거위의 털만 뽑는 식으로 지속적으로 25~30%의 특권계층을 먹여살린다는 보장은 없을텐데 말이죠.

젊은 김정은은 자신이 제2의 박정희가 되었다가 북한판 부마항쟁이 일어날지 두려워 할 수도 있고, 김정은과 그를 지지하는 특권층 모두 당장 자신의 이익만 추구하는 각자도생의 분위기라 장기적으로 SOC에 투자할 엄두를 못낼 수도 있지만 기원 전에 로마 군단병들도 했던 도로 포장쯤은 곡괭이를 든 조선인민군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강냉이밥 좀 든든하게 먹이면서 어서 시작하는 게 나을텐데 말입니다.

조만간 <리얼 노스코리아>를 통해 국민대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님의 혜안도 접해봐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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