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선우정] 일본 일본인 일본의 힘(2009)

독서일기/일본

by 태즈매니언 2017. 4. 17. 10:41

본문


요새 일본을 잘 못가니 일본에 대한 책이라도 읽고 싶더군요. 고 선우휘 주필의 아드님인 선우정 기자님이 도쿄 특파원 시절에 보고 경험한 일본에 대한 소회를 모은 책이었습니다. 존 다우어 교수의 <패배를 껴안고> 다음 처음 읽은 현대 일본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이미 십년 전의 일본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가 잘 모르는 시기의 일본에 대한 관찰기라 도움이 되더군요.

존 다우어 교수가 주문했던 개인주의의 확립을 통한 근본적인 근대화와 정상국가화에 대해서 일본이 2006년 당시에도 나름 노력을 했지만 결국 '개인주의의 확립'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부족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공무원이 쥐고 있던 규제의 민간이양은 고이즈미 총리 이래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우리나라는 반일 민족주의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훌륭한 교보재인 일본의 사례를 냉철하게 연구하려는 시각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결국 일본의 성공동력과 시행착오를 배우지 않으면 손해보는 건 우리 아닌가요?

미라이공업과 창업자 야마다 아키오씨에 대한 인터뷰와 취재내용들도 직원들의 충성도 확보로 고민하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참고가 될 것 같네요. 다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자 하는 강박과 자기 일에 대한 일본 수준의 책임의식이 없이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겠죠.

예를 들어 아래에 책 159페이지에서 인용한 아이디어 제안 제도를 월간 상한건수 제한 없이 한국에 도입하면 제대로 운영이 될까요?

내용 중 일본이 도시개발정책을 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 즉 정부가 규제권한을 상당부분 포기하고나서 주요 대도시가 어떻게 변했는지가 제겐 가장 유용했습니다.

직접 봤던 롯본기 힐스,미드타운, 도쿄 미나토구 도요스의 맨션들과 쇼핑몰 라라포트등의 풍경을 보면 국토교통성이 아닌 미쓰이, 미쓰비시, 모리 등이 이룩해낸 부동산 개발 실적을 볼 수 있죠. 하다못해 민영화된 철도회사들이 개발한 나고야,후쿠오카,교토 등지의 민자역사만 해도 이름뿐인 역세권 개발법만 있는 우리나라와는 스케일이 다르니.

이런 내용을 보면 다음 도쿄 하계 올림픽을 통해 일본이 세계에 선보일 도쿄와 일본의 새로운 역동성을 선우휘 기자는 이미 10년 전에 알아봤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전에 트럼프 황상의 <거래의 기술>을 읽으면서 티파니 빌딩의 공중권(Air right) 거래부분을 보고 우리나라에서 인정하지 않는 물권 개념이라 재미있어 했는데 일본도 2000년 '공중권'을 물권으로 인정하여 대도시 중심부의 고층 건물을 장려하는 정책을 폈다니. 우리나라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일본의 교통에 대한 몇 가지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도 새롭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1917년 나카지마 비행기회사가 설립된 이래로 미쓰비시 중공업의 제로센등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비행기 제조기술을 보유했던 일본이 나카지마비행기를 12개 사로, 미쓰비시중공업을 3개 사로 분사하고 '항공기금지령'까지 내려 항공기 제조와 연구를 금지하기까지 했었다네요.왜 시장성도 없는 YS-11과 MRJ 제트기에 높은 비용을 투자했는지 몰랐는데 정상국가화의 상징격이니 그럴법한 이유가 있더군요.

도시 주민들의 높은 대중교통분담률의 원인도 하나 더 알았습니다. 엄격한 차고지 증명제(+대도시의 높은 주차장 임대료)와 편리한 전철망,비싸고 엄격한 자동차 정기검사비용 정도만 알았는데 출퇴근 직원에 대한 교통비보조가 대중교통이용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가 되더군요. 그래도 책에서 예시한 시즈오카현 공무원이 자택에서 현청까지 신칸센으로 출퇴근하면서 월 30만엔을 교통비보조로 받게 해주는 건 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월급에 육박하는 교통비보조라니...

그리고 매번 일몰 때마다 문제가 되는 교특법 특별회계의 원류가 일본이었다는 사실, 이미 건설비용을 회수한 유료도로도 계속 이용료를 징수하는 유료도로법상의 근거가 1972년 다나카가 만든 요금풀제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재미있더군요. 

도로족들이 지탱해온 다나카주의와 국토균형성장론 vs 후쿠다 다케오(+후계자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도쿄일극집중전략의 오랜 대결에 대해 간결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교특회계를 비롯해 19개의 특별회계와 57개의 기금이 있는 나라. 엄격한 수도권 산업입지총량 규제와 대학신설 금지제도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열망이 대립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많더군요.

-----------

45쪽

일본의 가난엔 한국과 다른 아주 큰 특징이 있다. 초라하지만, 결코 더럽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의 가난은 왜 더럽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도쿄 '시타마치'골목길을 몇 차례 돌아보고 이유를 쉽게 알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동네를 부지런히 청소하기 때문이다.

84쪽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한국 유통업체는 여전히 대기업 생산자를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에서 본격적인 '가격파괴'가 일어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159쪽

미라이공업은 늘 사원들에게 작은 아이디어를 쪽지로 모집한다.어떤 내용이라도 일단 500엔. 제품에 적용되면 최고 3만엔까지 준다.연간 9000건이 모인다.
"사원 아이디어를 일단 500엔에 사는 것이지. 원칙이 있어. 아이디어 내용을 보지 않고 일단 내면 500엔부터 지급하지. 그것도 현금으로."
-이유는?
"내용을 보면 열 받거든. 열 받으면 돈에 손이 가지 않을 테니까 눈을 질끈 감고 일단 주는 것이지.

217쪽

도쿄역 일대가 동서남북 사방에서 솟아난 고층빌딩에 포위된 것은 일본 정부가 2000년 '공중권'이란 생소한 개념을 수용하여 고층 건물을 장려하는 정책(특례용적률 적용규역 제도)을 폈기 때문이다. 

'공중권'이란 어떤 건물이 사용하지 않는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을 남에게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마루노우치 지역의 규정 용적률은 1300%. 2007년 4월 문을 연 '신마루비루'는 도쿄 역이 사용하지 앟는 용적률 500%를 사들여 자신의 용적률을 1800%까지 확대했다. 도쿄 역은 다시 용적률을 팔아 마련한 자금을, 일본 최대의 역세권 쇼핑몰인 '도쿄 스테이션 시티'를 건설하는 데 투입했다.

239쪽

21세기 일본에서 실시된 정부 개편의 본질은 부처를 줄여 단지 장관자리를 줄였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관료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민간인이 참여하는 강력한 법적 권력기구를 창설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처럼 기존 관료 조직과 별도로 민간의 의사를 반영하는 위원회가 있으나 법적인 권한이 없기에 정권 초기가 지나면 언제나 관료들의 견제로 인해 유명무실해지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이런 측면에서 2001년 정부 개편으로 단행된 대장성 해체와 경제재정자문회의 창설이야말로 일본의 개혁 방향을 보여주는 핵심 중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요새 일본을 잘 못가니 일본에 대한 책이라도 읽고 싶더군요. 고 선우휘 주필의 아드님인 선우정 기자님이 도쿄 특파원 시절에 보고 경험한 일본에 대한 소회를 모은 책이었습니다. 존 다우어 교수의 <패배를 껴안고> 다음 처음 읽은 현대 일본에 대한 책이었습니다. 


이미 십년 전의 일본에 대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제가 잘 모르는 시기의 일본에 대한 관찰기라 도움이 되더군요.

존 다우어 교수가 주문했던 개인주의의 확립을 통한 근본적인 근대화와 정상국가화에 대해서 일본이 2006년 당시에도 나름 노력을 했지만 결국 '개인주의의 확립'에 대한 문제의식은 여전히 부족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공무원이 쥐고 있던 규제의 민간이양은 고이즈미 총리 이래로 흐름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우리나라는 반일 민족주의때문에 바로 옆에 있는 훌륭한 교보재인 일본의 사례를 냉철하게 연구하려는 시각이 부족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결국 일본의 성공동력과 시행착오를 배우지 않으면 손해보는 건 우리 아닌가요?

미라이공업과 창업자 야마다 아키오씨에 대한 인터뷰와 취재내용들도 직원들의 충성도 확보로 고민하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참고가 될 것 같네요. 다만,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자 하는 강박과 자기 일에 대한 일본 수준의 책임의식이 없이 그대로 따라할 수는 없겠죠.

예를 들어 아래에 책 159페이지에서 인용한 아이디어 제안 제도를 월간 상한건수 제한 없이 한국에 도입하면 제대로 운영이 될까요?

내용 중 일본이 도시개발정책을 관주도에서 민간주도로 - 즉 정부가 규제권한을 상당부분 포기하고나서 주요 대도시가 어떻게 변했는지가 제겐 가장 유용했습니다.

직접 봤던 롯본기 힐스,미드타운, 도쿄 미나토구 도요스의 맨션들과 쇼핑몰 라라포트등의 풍경을 보면 국토교통성이 아닌 미쓰이, 미쓰비시, 모리 등이 이룩해낸 부동산 개발 실적을 볼 수 있죠. 하다못해 민영화된 철도회사들이 개발한 나고야,후쿠오카,교토 등지의 민자역사만 해도 이름뿐인 역세권 개발법만 있는 우리나라와는 스케일이 다르니.

이런 내용을 보면 다음 도쿄 하계 올림픽을 통해 일본이 세계에 선보일 도쿄와 일본의 새로운 역동성을 선우휘 기자는 이미 10년 전에 알아봤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전에 트럼프 황상의 <거래의 기술>을 읽으면서 티파니 빌딩의 공중권(Air right) 거래부분을 보고 우리나라에서 인정하지 않는 물권 개념이라 재미있어 했는데 일본도 2000년 '공중권'을 물권으로 인정하여 대도시 중심부의 고층 건물을 장려하는 정책을 폈다니. 우리나라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일본의 교통에 대한 몇 가지 도움이 되는 이야기들도 새롭게 접할 수 있었습니다.

1917년 나카지마 비행기회사가 설립된 이래로 미쓰비시 중공업의 제로센등 세계적으로도 우수한 비행기 제조기술을 보유했던 일본이 나카지마비행기를 12개 사로, 미쓰비시중공업을 3개 사로 분사하고 '항공기금지령'까지 내려 항공기 제조와 연구를 금지하기까지 했었다네요.왜 시장성도 없는 YS-11과 MRJ 제트기에 높은 비용을 투자했는지 몰랐는데 정상국가화의 상징격이니 그럴법한 이유가 있더군요.

도시 주민들의 높은 대중교통분담률의 원인도 하나 더 알았습니다. 엄격한 차고지 증명제(+대도시의 높은 주차장 임대료)와 편리한 전철망,비싸고 엄격한 자동차 정기검사비용 정도만 알았는데 출퇴근 직원에 대한 교통비보조가 대중교통이용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가 되더군요. 그래도 책에서 예시한 시즈오카현 공무원이 자택에서 현청까지 신칸센으로 출퇴근하면서 월 30만엔을 교통비보조로 받게 해주는 건 좀 이해하기 힘들었습니다. 월급에 육박하는 교통비보조라니...

그리고 매번 일몰 때마다 문제가 되는 교특법 특별회계의 원류가 일본이었다는 사실, 이미 건설비용을 회수한 유료도로도 계속 이용료를 징수하는 유료도로법상의 근거가 1972년 다나카가 만든 요금풀제에서 나왔다는 사실도 재미있더군요. 

도로족들이 지탱해온 다나카주의와 국토균형성장론 vs 후쿠다 다케오(+후계자 고이즈미 준이치로)의 도쿄일극집중전략의 오랜 대결에 대해 간결하게 이해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교특회계를 비롯해 19개의 특별회계와 57개의 기금이 있는 나라. 엄격한 수도권 산업입지총량 규제와 대학신설 금지제도와 지역균형발전에 대한 열망이 대립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시사하는 바가 많더군요.

-----------

45쪽

일본의 가난엔 한국과 다른 아주 큰 특징이 있다. 초라하지만, 결코 더럽지 않다는 것이다. 일본의 가난은 왜 더럽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가난한 사람들이 사는 도쿄 '시타마치'골목길을 몇 차례 돌아보고 이유를 쉽게 알았다. 가난한 사람들이 가난한 동네를 부지런히 청소하기 때문이다.

84쪽

그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지만 한국 유통업체는 여전히 대기업 생산자를 제압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이 한국에서 본격적인 '가격파괴'가 일어나지 않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다.

159쪽

미라이공업은 늘 사원들에게 작은 아이디어를 쪽지로 모집한다.어떤 내용이라도 일단 500엔. 제품에 적용되면 최고 3만엔까지 준다.연간 9000건이 모인다.
"사원 아이디어를 일단 500엔에 사는 것이지. 원칙이 있어. 아이디어 내용을 보지 않고 일단 내면 500엔부터 지급하지. 그것도 현금으로."
-이유는?
"내용을 보면 열 받거든. 열 받으면 돈에 손이 가지 않을 테니까 눈을 질끈 감고 일단 주는 것이지.

217쪽

도쿄역 일대가 동서남북 사방에서 솟아난 고층빌딩에 포위된 것은 일본 정부가 2000년 '공중권'이란 생소한 개념을 수용하여 고층 건물을 장려하는 정책(특례용적률 적용규역 제도)을 폈기 때문이다. 

'공중권'이란 어떤 건물이 사용하지 않는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을 남에게 팔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마루노우치 지역의 규정 용적률은 1300%. 2007년 4월 문을 연 '신마루비루'는 도쿄 역이 사용하지 앟는 용적률 500%를 사들여 자신의 용적률을 1800%까지 확대했다. 도쿄 역은 다시 용적률을 팔아 마련한 자금을, 일본 최대의 역세권 쇼핑몰인 '도쿄 스테이션 시티'를 건설하는 데 투입했다.

239쪽

21세기 일본에서 실시된 정부 개편의 본질은 부처를 줄여 단지 장관자리를 줄였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관료의 전횡을 견제하기 위해 민간인이 참여하는 강력한 법적 권력기구를 창설했다는 점이다. 한국에서도 이명박 정부의 '국가경쟁력강화특별위원회'처럼 기존 관료 조직과 별도로 민간의 의사를 반영하는 위원회가 있으나 법적인 권한이 없기에 정권 초기가 지나면 언제나 관료들의 견제로 인해 유명무실해지는 과정을 반복해 왔다.

이런 측면에서 2001년 정부 개편으로 단행된 대장성 해체와 경제재정자문회의 창설이야말로 일본의 개혁 방향을 보여주는 핵심 중의 핵심이 아닐까 한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