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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졸라/박이문] 테레즈 라캥(1876)

독서일기/유럽소설

by 태즈매니언 2017. 6. 6.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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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이화경님께서 11권의 독한 사랑이야기에 대해 쓰신 독서에세이 <열애를 읽는다(2014)>를 읽고서 알게 된 소설입니다. 박찬욱 감독의 영화 <박쥐>가 프랑스의 작가 에밀 졸라가 1876년에 출판해서 작가로서 명성을 얻게 된 이 작품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니!

 

서평을 보니 흥미가 생겼고, 영화 <박쥐>를 인상 깊게 봤던 터라 문학동네 번역판을 샀는데 요 작달막한 문고판을 한참 묵혀 뒀네요. 테레즈의 생모를 알제리계로 설정한 것이나 지금 보면 시대에 뒤떨어진 골상학의 느낌은 좀 거슬렸지만 단숨에 다 읽었습니다.

 

소설 뒤에 붙은 작가 연보를 보니 에밀 졸라가 스물 일곱 살에 이 소설을 출판했더군요. 미시마 유키오가 <가면의 고백>을 스물 넷에 썼다는 것 다음으로 얼얼합니다.

 

특히 라캥 부인의 질병이 발작한 제26장부터 마지막 제31장까지 ‘테레즈’와 ‘로랑’이 인형 혹은 가구처럼 존재하는 ‘라캥 부인’ 앞에서 주고받는 대사와 행동, 그에 대한 라캥 부인의 신체가 짜낼 수 있는 유일한 반응에 대한 에밀 졸라의 묘사가 압권이네요. 이 뒷부분만 세 등장인물이 나오는 연극으로 옮겨 공연해달라고 부탁하고 싶을 정도로요.(아 ‘프랑수아’ 역할을 할 고양이 한 마리도 필요하군요.)

 

다만 결말은 작위적인 느낌이 나서 맘에 들지 않네요. 영화 <박쥐>의 마무리가 훨씬 낫다고 봅니다. 길리언 플린의 <Gone Girl(나를 찾아줘)>처럼 결말을 냈어도 괜찮았을텐데...

 

혼인의 성립에 요구했던 로마법의 영향인 듯 싶은데 19세기 프랑스에서 구청과 교회에서 치러진 결혼식 때도 지금 우리나라의 혼인신고처럼 신랑측과 신부측 증인이 각각 두 명씩 필요했다는 것도 재미있네요.(당시엔 증인이 입회까지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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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6쪽

 

그들은 서로를 발밑의 심연으로 밀어넣으려 하는 동시에 그곳으로 굴러떨어지는 지옥 속에서 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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