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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 로버트슨/이경식 역] 승자의 뇌(2013)

독서일기/심리뇌과학

by 태즈매니언 2017. 7. 10.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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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는 참신한데 약간 애매한 책이었습니다. 저자 이안 로버트슨은 <네이쳐>와 <브레인>등 여러 저널에 25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한 석학이라고 하네요. 뇌과학이나 신경심리학의 성과들을 많이 인용하긴 하지만 본인의 서술 자체는 정치인이나 스포츠스타 등의 유명인 몇 명의 사례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장황하게 서술하며 자기 주장의 뒷받침하는 논거처럼 제시하다보니 이게 논문으로 검증받은 주장인지 갸우뚱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말하는 요지를 파악하기도 힘들었고요.

논의의 출발은 생물학 실험을 통해서 검증되었다는 '승자효과(아무리 쉬운 싸움이었다 하더라도 싸움에서 한 번 이긴 적이 있으면 보다 강력한 상대를 만나서도 쉽게 이기는 경향)'입니다. 저자는 원하던 것을 대부분 이룬 사람들은 대체로 적절한 수준의 도전적인 목표를 정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지요. 예전에 페친 최재인님께서도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은 목표를 설정하고, 최종적으로 달성해야할 큰 목표가 있다면 여기에 이르는 과정에 기술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작은 목표들로 최대한 잘게 쪼개서 중간중간의 achieving milestone들을 통해 성공하는 경험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던 게 떠오르더군요.

저자는 비록 조직 내에서 하급자라서 권한도 작고, 자기 업무에 대한 통제력도 갖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자기 삶을 자기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는 가상의 믿음'이 중요하다는 자기계발서에서 항상 강조하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이러한 자기 삶에 대한 통제감의 차이에 따라서 어려운 과제에 스트레스를 받는 정도의 개인차가 생긴다고 보고 있고요.

이언 로버트슨은 프로축구 선수들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원정경기보다 홈경기 때 높다는 사실, 권력자의 전형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면 테스토스트테론 수치는 높아지고,불안과 관련된 호르몬인 코티졸의 수치가 낮아진다는 사실, 특정 단어에서 무의식적으로 연상되는 '뇌 속의 유리 천장'이 피험자 자신도 모르게 신체에 영향을 미친 실험결과, 개코원숭이 사회에 대한 영장류 인류학의 성과,군사학교의 심리실험 등을 인용하며 권력이 사람을 더 똑똑하고 집중하게 만들며 또 어떤 문제에 대해서 냉정하게 만든다는 주장을 논증해 나갑니다. 사업하는 사람들이 운이 좋은 사람을 높이 평가하는 사실이 은연중 승자 효과를 인정한다고 보는 셈이죠.(생존자 편향을 간과했다는 반박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로버트슨은 지도자가 권력을 '원해야'하고 또 권력을 휘두르는 걸 '즐겨야'한다고 하면서 그렇지 않은 지도자들은 부담감이 주는 스트레스로 무기력한 마비상태에 빠지게 될 것이라고 봅니다. 다만 승자의 뇌 속의 도파민과 노르아드레날린(노르에피네프린)분비체계가 지속적인 자극에 의해 망가질 때의 부작용에 대해서 역사 속의 독재자나 오만했던 최고경영자의 몰락 사례를 들어 보여주고 있지요.

2008년 금융위기로 의회에 200억 달러 이상의 구제금융을 요청하러 갔던 미국 3대 자동차회사의 CEO들이 자가용 비행기를 타고 갔다가 혼쭐이 났던 것처럼 권력에 취해 자기 스스로 무덤을 파는 승자가 되지 않으려면 자아 지향적인 P권력욕이 사회지향적인 S권력욕을 너무 앞지르지 않도록 주의하는 생각깊은 승자가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우리 사회의 권력 위계에서 높은 지위에 있는 승자들이 스스로의 안위를 위해서라도 자신들의 뇌 호르몬 분비체계를 잘 관리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가능하면 하루에 한 번은 가족이나 다른 사람들을 위해서 음식을 요리하는 경험을 하는 걸 추천합니다. 요시나가 후미가 <어제 뭐 먹었어?>에서 말한 것처럼 요리는 일을 말끔히 마무리지었을 때나 느끼는 보람을 하루에 한 번(많게는 세 번까지) 맛볼 수 있게 해주니 사회지향적인 S권력욕을 키우기 적절한 행동인 것 같아서요.(일단 자기 몸에도 좋고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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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쪽

낮은 지위에 있는 사람이 높은 지위에 있는 사람과 갑작스럽게 마주치는 상황은 스트레스를 강하게 유발한다. 그리고 이 스트레스는 코티졸 분출을 촉발한다.코티졸은 단기적으로는 유용하다. 그러나 코티졸이 만성적으로 혈액에 유입될 때는 신체,특히 심혈관계에 매우 유해한 효과가 나타난다. 코티졸 수치가 만성적으로 높을 때 뇌의 특정 부위에 있는 세포는 쪼그라든다.

351쪽

권력은 자기중심주의를 강화하고 타인에 대한 동정심을 약화시킨다. 권력은 자신감을 높이지만,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는 규칙을 자기 자신에게는 적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이 들게 함으로써 일관성을 무너뜨린다. 지도자에게서 살필 수 있는 또 하나의 경고 신호는 그 지도자의 권력욕이 그가 맡고 있는 지위의 평균 수준보다 상회할 때이다.특히 '나'라는 자아 지향적인 P권력욕이 '우리'라는 사회지향적인 S권력욕을 앞지르지 않는지 살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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