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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석] 웃음의 과학(2011)

독서일기/심리뇌과학

by 태즈매니언 2017. 11. 5.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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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천님께서 강력하게 추천해주신 책인데 이런 좋은 책이 왜 소리없이 묻혀버렸나 안타깝다. 심리학계의 김정운 교수같은 종종 TV 출연도 하는 예능감있는 뇌과학자가 저자였다면 많이 팔리지 않았을까? 게다가 무슨 의미인지 전혀 가늠할 길이 없는 표지그림이 책의 성격에 대한 혼란스러운 신호를 줘서 흥미를 유발하지 못했던 것 같다.

코미디언 이윤석씨가 신문방송학 박사학위가 있는지도 몰랐는데 평소에 독서량도 엄청나고, 학위 대충 따지 않은 진짜 연구자구나 싶고. 인간의 진화에서 웃음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해 여러 학자들의 저작들을 잘 요약하고 17년 동안의 코미디언 생활 경험도 중간중간 녹여서 쉬운 말로 간결하게 잘 전달하고 있다.

이런저런 가설들에 대한 친절한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웃음이 단순한 생리적인 반응이 아닌 오랜 시간에 걸쳐 진화한 사회적 신호라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깨닫게 된다. 책에서 여러 번 인용하고 있는 <라마찬드란 박사의 두뇌실험실>은 꼭 찾아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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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쪽

진화적 맥락에서 볼 때 쾌와 불쾌의 존재 이유는 명백하다. 생명체의 궁궁적인 목적인 생존과 번식에 이로운 역할을 했기 때문에 오늘날 쾌락이나 공포가 존재하게 된 것이다. 특정 환경에서 한 개체가 자신의 생존에 득이 되는 행동을 하여 번식에 유리한 결과를 낳을 때, 그리하여 궁긍적으로 자신의 유전자를 널리 퍼트릴 수 있는 경우에 뇌가 주는 보상이 바로 쾌락이다. 이와 반대로 자신의 생존에 불리한 행동을 할 때 혹은 생존에 불리한 상황에 빠졌을 때 뇌가 자신에게 경고를 주는 것이 공포의 정체이다.

40쪽

잠재적 적이라는 가정하에 긴장과 전투태세를 갖추고 위협적인 표정을 지은 우리의 조상은 상대가 적이나 포식자가 아닌 친지나 가족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찡그린 표정을 반쯤 풀게 된다. 입을 벌리고 온전히 이빨을 드러내어 위협하던 표정은 사나운 기운을 덜어 내고 이를 살짝만 드러내거나 감추는 것으로 변한다. 이것이 바로 최초의 미소였다. 라마찬드란의 표현을 빌리면 미소는 '중간에 그만둔 긴장반응'인 것이다.

72쪽

어머니에게 호소하는 방편인 아기의 웃음은 울음과 상보적 관계를 이루고 있다. 울음은 부모의 보살핌에 의해 멈추게 되지만 미소와 웃음은 부모의 보살핌이 클수록 더욱 늘어난다. 아기는 울음을 통해 부모를 불러들이고 미소와 웃음을 통해 부모를 곁에 붙들어 둔다.

129쪽

막말 개그나 호통 개그는 일종의 '싸움놀이(공격연습,레슬링,간지럼)'다. 서로를 헐뜯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너무나 친한 사이기에 가능한 놀이이며 시청자들은 그 싸움놀이를 보고 즐긴다. 수백만 년이라는 진화의 역사 동안 포유류와 영장류가 줄곧 해 왔던 "내가 너를 해치려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우리 모두에게 즐거운 일을 하는 중이야."라는 21세기형 싸움놀이는 텔레비전으로 자리를 옮겨 여전히 빛을 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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