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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콧 갤러웨이/이경식 역] 플랫폼 제국의 미래(2017)

독서일기/경영(외국)

by 태즈매니언 2018. 10. 1.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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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 관해 읽었던 책 중에 이 책이 젤 통찰력 있군요. 원제는 <The Four: The Hidden DNA of Amazon, Apple, Facebook, and Google>입니다. 뉴욕대 MBA인 스턴 경영대학원에서 마케팅 겸임교수로도 일하는 저자는 MBA 2년차 때 이것저것 케이스 스터디하지말고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구글 네 회사에 대해서 공부하라고 말합니다. MBA를 마치고 나서 무슨 일을 하든 업계에 있는 한 네 거인들의 발걸음에 밟혀죽지 않으면서 자기 살 길을 찾아가야 할테니.

 

이 네 개의 기업들에 대해 집중한 책들은 많지만 저자처럼 무려 아홉 개의 IT기업을 창업해온 경쟁 사업가의 시각에서 다룬 책은 처음이네요. 저자가 스스로 창업 승률을 3승 4패 2무라고 평할 정도니 나름 베터랑이고요. 그런 백전노장이 자기한테 1분당 500달러씩 내면서 72만달러의 학비를 내고 뉴욕대 MBA 강의를 듣는 청년들을 위해 신병교육대 교관의 입장에서 주는 조언들이 곳곳에 담겨있습니다.

 

이들 네 거인들에게 밟혀 죽기도 하고, 항복하기도 했던 연쇄창업자가 분석하는 관점이라 경탄과 찬양에 빠지지 않고 이들이 결코 드러내고 싶지 않은 위선도 신랄하게 꼬집습니다. 그러면서도 자신이 네 거인의 막강한 힘을 체험했기 때문에 폄하하지도 않아서 마음에 드네요.  연배상 자기 자식뻘이라 그런지 진로를 결정해야 하는 대학 학부생들에게 필요한 미래의 경제구조 안에서 성공하기 위한 덕목들도 알려줍니다. 인간의 본성과 진화론에 대한 식견을 녹여서 풀어내는 부분도 재미있고요.

 

책에서 묘사한 제프 베조스는 스탈린 동지의 환생인가 싶을 정도로 과단성있는 학살자더군요. <플루토크라트>란 책에서도 지적했듯 거대한 플랫폼 기업들은 하나의 종교가 되어가고 있고, 이들 기업의 창업자들은 반신(demi-god)이나 제사장같은 역할을 하며 종교집단들이 하는 것처럼 일반 신도의 자발적인 헌신을 수혈받고 있다고 느낀 부분들도 많았고요.  디스토피아적인 미래에 치우쳤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워낙 찬양이 많다보니 균형잡기에 좋습니다. 점잔빼지 않는 솔직함 때문에 더 재미있습니다.

 

우리나라도 이미 네이버팜이 있긴 하지만 구글이 왜 '구글 쇼핑'을 런칭했는지 이 책 덕분에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 스콧 갤러웨이가 뉴욕타임스 사의 이사로 재직하던 시절 구글에 맞서 전세계 프리미엄 콘텐츠의 글로벌 컨소시엄을 만들고자 했던 부분은 언론계 종사자들에게 흥미로울 것 같고요. 제9장에서는 다섯 번째 거인으로 떠오를 후보들을 평가하는데 넷플릭스가 후보군에서 빠져있어서 의외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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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쪽

 

당신은 아마존의 물류창고 내부를 찍은 사진이 거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왜 그럴까? 아마존의 창고 내부는 정신이 하나도 없다. (중략) 거기에는 사람이 없다. 제프 베조스가 최저소득 제도를 주장하는 이유는 그가 미래의 작업 환경이 어떻게 바뀔지 이미 보았기 때문이다. 적어도 그의 비전에는 인간이 차지할 일자리가 없다. 최소한 현재의 노동인구를 유지하기에 충분한 일자리는 없다.
(중략)
소비자 유통 분야의 미래를 가장 잘 내다보고 관련 업계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이 현재 파괴되는 일자리를 대체할 일자리 창출 방법이 전혀 없다는 결론을 내렸기 때문이다. 어쩌면 우리 사회는 이미 중산층을 유지할 방법을 찾아내려는 노력을 포기한 채 굳이 그런 수고스러운 일을 하길 원치 않는지도 모른다.

 

93쪽

 

아마존은 지금 제로클릭 주문 시스템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여러 조각을 모두 갖추고 있다. 인공지능, 고객의 구매 이력, 미국 인구의 45%가 거주하는 곳에서 30km 내에 위치한 물류 창고, 수백만 개의 재고관리코트(SKU), 부유한 가구가 도입한 음성 인식기(알렉사), 최대 규모의 클라우드 빅데이터 서비스, 460개(머지않아 수천 개로 늘어날) 오프라인 매장, 세계에서 가장 신뢰받는 소비재 브랜드가 바로 그 조각이다.

 

130쪽

 

브랜드 직영 매장은 그 브랜드의 사원(temple)처럼 여겨진다.

 

131쪽

 

부유한 사람들은 다른 어떤 집단보다 동질성이 강하다. (중략) 사치품 브랜드가 일반 대중을 소비자로 설정하는 브랜드보다 지정학적 여러 경계선을 쉽게 넘나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55쪽

 

구글은 '어떻게' 가질 수 있는지 방법을 제시하고 아마존은 '언제' 배송을 받는지 제시하지만, 페이스북은 당신이 갖고 싶어할 그 '무엇'을 제시한다.
(중략)
사용자들은 자신이 경험한 절정의 순간, 기억하거나 기억되고 싶은 순간과 관련된 포스트를 올린다. 자신의 이혼서류 사진이나 지난 화요일에 자신이 얼마나 지치고 힘들었는지 보여주는 사진은 거의 올리지 않는다. 그러니까 사용자들은 미술관의 큐레이터 역할을 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 카메라의 운영자 페이스북은 속지 않는다. 페이스북은 진실을 바라보는데, 이는 페이스북에 광고를 싣는 광고업자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페이스북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페이스북 사용자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이미지는 우리가 자신의 진정한 자아를 드러내도록 만드는 미끼다.

 

171쪽

 

저커버그는 이미지야말로 페이스북의 비장의 카드이며 그 이미지를 자신의 소셜 제국 인스타그램 날개 아래 통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이미지를 단어에 비해 6만 배 빨리 받아들인다.

 

256쪽

 

어떤 산업이 충분히 무너지면 소비자는 훨씬 더 나은 서비스를 받고자 기존 법률을 철폐하려 들 것임을 우버는 잘 알고 있다. 장기적으로 볼 때 의회가 진정으로 월스트리트와 수백만 명의 소비자를 상대로 끝까지 싸우리라고 전망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260쪽

 

진화심리학의 관점에서 볼 때 성공한 모든 사업은 뇌, 심장, 생식기라는 신체의 세 부위 가운데 적어도 하나에 반드시 자신의 매력을 호소한다. (중략) 기업은 자사 제품이 짝짓기 브랜드로 기능하면 더 높은 이윤과 수익이 뒤따른다는 것을 알기에 소비자의 뇌를 혼란에 빠뜨리고 심장이 질투심에 불타도록 만든다.

 

296쪽

 

네 개의 거인기업은 수직 통합적이다. 자사 제품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의 중요한 부분을 통제하지 않고도 꾸준히 성장을 유지한 브랜드는 별로 없다. 삼성이 앞으로도 계속 AT&T와 버라이즌, 베스트파이의 매장에 의존하는 한 거인기업이라는 멋진 지위로 결코 올라서지 못할 것이다. (중략) 오늘날 애플 제품의 특별함과 우아함을 강화해주는 애플 매장은 의도적으로 아름답게 꾸며져 있다. 이 매장은 애플과 애플 제품을 사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성공으로 이끌었다'고 인식하게 만든다.

 

305쪽

 

지난 10년 동안 기업 가치를 100억 달러 이상 늘린 회사 가운데 회사에서 자전거로 갈 수 있는 거리 안에 세계적인 수준의 기술공학 대학교가 없는 회사는 거의 없다.

 

312쪽

 

알리바바의 소매유통은 중국 전체 소매유통의 63%, 중국 거점을 경유하는 전체 화물 포장의 54%를 차지한다.

 

347쪽

 

예외적인 존재가 되기에 지금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 그리고 평균적인 존재가 되기에 지금보다 더 나쁜 때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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