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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빈 던바/김학영 역] 멸종하거나 진화하거나(2014)

독서일기/인류학

by 태즈매니언 2017. 8. 14. 0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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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는 참으로 위엄있게 Human Evolution. 가히 올해의 책 후보로 꼽을만한 책입니다. 재러드 다이아먼드 교수님도 생리학자 출신이긴 했지만, 보면서 이젠 정말 그나마 최후의 보루 중 하나였던 역사학계에서도 문돌이 살육작전이 잔인하게 벌어지고 있구나 싶어 한숨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그나저나 로빈 던바 교수님의 이 책은 전미도서상이나 퓰리처상 수상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후보작은 되어야할 것 같은데 의외입니다. 이 책 전까지는 인류의 진화에 대해서는 리처드 랭엄 교수의 <Catching Fire(요리본능)>이 제일 인상 깊었는데 그 책도 훌륭하지만 다루는 스케일로는 비교하기 어렵네요.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어 요약을 어떻게 하나 엄두가 안 났는데 출판사 책 소개가 충실해서 제 부담을 덜어주네요.
(다루는 내용을 이렇게 간결한 목차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도 대단합니다.)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temId=63822446

고교시절 세계사를 배울 때 정말 재미없었던 부분이 인류의 기원에 관한 부분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주제인데 계속 나오는 라틴어 학명에 부장품 위주의 고고학적 설명위주로 서술하니 흥미를 갖기 어렵더군요. 저만 아니라 많은 학생들이 세계사에 대한 첫인상을 나쁘게 갖고 흥미를 잃게 만든 원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로빈 던바의 책 내용을 담은 4~5부작 다큐멘터리를 시청각 교재로 사용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학기당 수업시수 1시간 늘리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만 ‘인간이 어떻게 다른 유인원들과 다른 길로 진화하여 지금의 우리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은 창조론자만 아니라면 보편적으로 궁금해 하는 내용이니까요.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원인에 대한 던바의 주장을 읽으며 소름이...던바의 수 중 150명 집단을 초월하게 해준 스토리텔링의 힘 부분을 읽으면서, 미래 사회에서는 스토리텔링상의 설득력을 상실한 종교라는 문화를 버릴 수 있을까도 궁금해졌고요.

던바가 말하는 인류진화의 다섯 번째 중 마지막 다섯 번째 전환점은 약 1만 2천년전 신석기시대 이후 시기인데 약 40페이지 분량으로 정리하고 있습니다. 다섯번째 전환점에 대한 내용을 너무 압축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그런데 그레고리 코크란(레이저 및 화상정보 분석 전공)과 헨리 하펜딩(유전학자)이란 분께서 최근 10,000년 동안 문명의 발전으로 인하여 인류 진화는 더욱 가속화되었다는 분석을 담은 <1만년의 폭발>과 연결되는 것 같고, 미리 사두었던 터라 바로 읽어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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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쪽

지금까지는 농업 혁명이 신석기시대를 대표하며 주목받아왔지만, 사실 농업은 목적을 위한 수단에 지나지 않았다. 진짜 혁명은 '정착생활을 할 능력'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일정한 거주지에 공동체가 모인 까닭이 무엇이었든 간에, 그렇게 모임으로써 사회적 스트레스가 생겨났다. 당연히 신석기시대 이전이라면 모르고 넘어갔을 그 스트레스를 어떻게든 해결해야만 했다.

87쪽

인간 사회의 경우, 가장 안쪽 층의 5명은 절친한 친구들, 그다음 층의 15명은 친한 친구들, 그다음 층의 50명은 좋은 친구들로 볼 수 있다. 그리고 그냥 친구들이 150명쯤 되고, 그다음 층의 500명은 지인이다. 맨 바깥쪽의 1,500명은 이름과 얼굴을 대조할 수 있는 정도의 사람들이 차지한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150명 규모 이내의 네 개 층은 대체로 가족이 절반을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이 친구들이다.
('던바의 수'의 위엄. 왜 위대한지는 책을 통해 ^^)

96쪽

시간예산 분배 모델의 생태학적 측면들은 별로 복잡하지 않다. 가장 큰 요인은 아니지만 절대 간과되어서는 안 되는 요인이 '사회적 상호작용 시간'이다. 이 요인이 임의의 한 종이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집단의 (최대)규모를 직접 결정하기 때문이다. 영장류는 서로 그루밍을 해주면서 사회적 집단을 혀성한다. 따라서 모든 영장류의 그루밍 시간은 각자의 집단규모와 정비례한다.
(축음기와 사진, 영화, 인터넷, 스마트폰 등을 통해 거리를 초월해서 흩어져 사는
개체들을 동시에 그루밍하는 방법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이 시대 인류의 뇌는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지.)

334쪽

우리는 제법 많은 사람에게 각자의 사회 관계망 바깥쪽(15명, 50명, 150명) 층마다 한 명식 친구를 떠올린 다음 각각의 친그와 어떤 공통점을 가지는지 물었다. 그 결과 여섯 가지 차원에서 공통점이 있을 경우 우정이 형성된다는 사실이 들어났다. 그 여섯 가지 차원은 언어, 지연, 학연, 취미나 관심사, 세계관(여기에는 정치관, 중교, 도덕적 가치관도 포함된다), 그리고 유머감각이다. 이 중에서 두 가지 이상의 차원에서 공통점이 있으면 어느 정도 감정 친밀도가 높은 우정을 유지하고, 그보다 공통점이 더 많으면 친밀도도 높아진다.
(이 150명을 누구와 구성하는지가 중요하겠죠. 계속 대면할 수 있지 않으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것처럼 힘들다는 면에서 <직업의 지리학>의 메시지가 떠오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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