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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러드 다이아몬드/임지원 역] 섹스의 진화(1997)

독서일기/인류학

by 태즈매니언 2017. 10. 18. 15: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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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38세의 아침을 깊이 존경하는 대학자 제러드 다이아몬드 교수님의 책과 함께 보냈다. 이제 교수님의 책은 <역사학, 사회과학을 품다>만 남았구나.


이 책의 내용은 문화인류학과 진화생물학, 조류생태학, 영장류인류학의 다양한 시각에서 인간이 왜 다른 대부분의 포유류 혹은 사촌격인 영장류들과 다른 성적인 특성을 지니게 되었는지에 대해 설득력있는 가설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그래서 대립되는 가설들을 소개하면서 저자가 특별히 한쪽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케이스도 있다. 얼마 전에 본 다그마 반 데어 노이트의 <인간의 섹스는 왜 펭귄을 가장 닮았을까>와 이어서 읽으면 더 재미있을 책이고. 나는 폐경의 진화론 부분이 가장 흥미로웠다. 위대한 학자는 좋은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고.


하지만 내가 흥미로웠던 건 책 내용보다 1937년생인 교수님이 50세인 1987년에 쌍둥이 자녀를 처음으로 얻고서 십년 가량 자녀양육을 한 시점인 1997년에 이 책을 펴냈다는 점이다. 지금은 누구도 원래 전공인 조류생태학자로 생각하지 않는 대가의 개인적인 면모가 짙게 깔린 책이다. 지적인 호기심과 직업, 개인적인 생활의 삼 박자가 함께 만나서 탄생한 결과물인 셈이다.


그런데 컬렉터가 아니라면 굳이 지금 품절된 이 책을 찾으려 애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이 책에서 남녀가 만나 자녀를 양육하는 시기를 다루고 있다면 <어제까지의 세계>에서는 보다 긴 시간적 간격으로 그 혈연관계가 이어지는 걸 분석하고 있다. 그 책은 칠순인 아버지가 이십대의 아들을 바라보는 심정을 투영하고 있다. 이 책에 서술된 내용 중 몇몇 부분이 <어제까지의 세계>에 그대로 인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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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5쪽


만일 여러분이 신 또는 다윈이 되어서 나이 든 여자들이 폐경을 하는 편이 나을지, 생식력을 되찾는 편이 나을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생각하고 폐경이 가져다주는 비용과 이익을 대변과 차변에 기입해보자.


폐경의 비용은 생식력이 정지됨으로써 포기해야 할 잠재적 아이들이다. 폐경이 가져다주는 이익은 노령에 아이를 출산하거나 키우다가 죽게 될 위험을 회피할 수 있다는 것과, 이전에 낳은 자녀와 그 자녀의 자녀들의 생존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이러한 이익의 크기는 여러 가지 세부 사항에 따라 달라진다. 출산 중 혹은 후에 사망할 위험이 얼마나 큰가? 그 위험이 나이에 따라 얼마나 증가하는가? 아이가 없거나 육아의 부담이 없는 같은 연령대 사람의 사망 위험은 얼마나 큰가? 폐경기 이전에 생식 능력이 얼마나 빨리 감소하는가? 폐경을 겪지 않는 경우에는 생식능력이 어느 정도의 속도로 감소하게 될까? 이 모든 요인들은 각 사회집단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정확히 추정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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