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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정영목 역] 선셋 리미티드(2006)

독서일기/북미소설

by 태즈매니언 2017. 9. 2.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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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맥 매카시의 소설은 <더 로드>에 이어 두 번째입니다. 여느 평범한 소설에서 옷이나 장신구같은 역할을 하는 부분들을 싹 발라낸 듯한 묵직한 작품이네요. 그래서 읽는 데 의외로 꽤 많은 시간이 걸렸고요.


책을 한 번 더 정독하고 연극으로 보고 싶습니다. 제가 봤던 연극 중에 가장 감동적이었던 작품이 명계남 배우의 모노드라마 <콘트라베이스(파트리크 쥐스킨트 원작)>이었는데 이 작품도 연극으로 보면 비슷한 인상을 줄 것 같네요.(한국말을 연극배우 수준으로 하는 흑인배우를 찾기 힘들테니 우리나라에서 감상하긴 힘들듯 싶지만요.)


"흑"과 "백"으로 대비되는 두 세계의 균열이 얼마나 싶은 밑바닥까지 갈라져 있는지를 손바닥만한 사이즈의 얇은 소설 한 편으로 담아낸 저자의 경지가 대단합니다.


제 지식은 아직 독한 회의를 다 구하지 못하였지만 그래도 "백"에 꽤 가까운 입장이라 그쪽에 푹 빠져서 읽었네요.


물론 저는 달리는 열차에 뛰어들어 생을 끝내고 싶을만큼 세상과 사람들에 대해 지겹진 않습니다. 좋아하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도 좋고, 맛있는 음식과 술, 세계각지의 풍취와 물건들, 아직 못 읽은 책들까지 오래 살며 누리고 싶은 게 많으니까요.


이 책을 20여년 후 50대 후반(지금처럼 애없이 살았을 때) 다시 읽어보면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선셋 리미티드"라는 제목이 중의적인데 나무위키를 보니 뉴올리언스에서 LA까지 무려 3,211km를 달리는 장거리 열차였군요. (이 노선이 개통한 1894년에 조선은 갑오개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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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쪽


이보세요. 나에게 죽음에 대비하게 해주는 종교를 보여줘봐요. 허무에 대비하게 하는 종교를요. 그럼 그 교회에는 내가 나갈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댁의 교회는 더 많은 삶에만 대비하게 합니다. 꿈과 환상과 거짓에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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