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야마모토 겐이치/권영주 역] 리큐에게 물어라(2009)

독서일기/일본소설

by 태즈매니언 2017. 11. 5. 23:46

본문


일본의 전국시대와 다도에 대해 무지했던 내가 야마다 요시히로의 <효게모노> 애니메이션판 덕분에 많은 걸 배웠다. 책이나 만화로는 세세히 관찰할 수 없는 다석(茶席)에서의 주인과 다객의 행동거지들을 보기엔 역시 동영상이 제격이더라.(이래서 애니메이션을 추천해주신 임모님 ㅎㅎ)


던바의 수 안에서 이뤄지는 혈연관계가 없는 타인들과의 친교는 서넛의 사람이 가깝게 둘러앉아서 이야기를 나누는 인간사회의 흔한 행동이다. 진화인류학에 따르면 이런 가장 기본적인 단위에서의 친교행위는 활발히 두 더듬이를 움직이는 개미들의 행동이 거대한 개미집을 유지하는 것처럼 부족을 넘어 국가까지 인간집단을 키워온 원동력이다.


현대 사회에서도 매일 만나는 많은 사람들 중에 점심과 저녁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은 제한되어 있다. 그래도 식사를 흉내내어 유대관계를 맺는 유사한 행위는 십수 번도 할 수 있다. 잠깐 보는 사람에게라도 차 한 잔 내주는 정성은 침팬지들의 털골라주기와 비슷한 기능을 하는 기본적인 비즈니스 에티켓이다. 오스만 투르크의 커피하우스, 양반나리의 사랑채나 경치 좋은 곳에 세운 정자, 소파테이블이 있는 라운지, 스타벅스와 커피빈 모두 이를 위한 공간들이고.


그런데 전에 만화로 단편적으로 봤던 일본의 다도에서 다실(茶室)의 예법은 공간꾸밈, 도구와 절차 면에서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엄격해 보였다. 왜 그럴까? 외국인 체험이라도 해보고 싶을 정도로 궁금했다.


저자 켄이지 야마모토는 자신의 차두(茶頭) 센 리큐를 할복하게 만든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입을 빌어 궁금하면 리큐에게 물어보라고 말한다. 일본 문화사는 16세기 사카이 상인 출신의 다인 센노 리큐(센 소에키)를 다도문화의 틀을 세운 사람으로 꼽는다. 왜 센노 리큐는 그리 사람을 질리게 만들고, 오만해보일 정도로 극한까지 아름다운 와비 차를 추구했을까?. 저자는 그의 마지막 날부터 시간을 거슬러 이 탐미주의자의 비밀을 양파껍질처럼 한 꺼풀씩 벗긴다.


다 읽고서 센노 리큐가 추구한 와비 차의 본질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설득력이 있다고 느꼈다. 제140회 나오키상 수상작인 걸 보면 일본인들도 많이 공감했나 보다. 여담으로 도요토미 히데요시에 대한 인물해석도 매력적이었다.


아마 일본 다도문화에 대해 배경지식이 없었다면 재미없어서 중간에 던져버렸을 것 같다. 그러니 이 책에 관심이 가신다면 시대적 배경도 알고 볼 겸 나처럼 애니메이션 <효게모노>를 먼저 보시고 읽으시길 추천한다. 참 2013년도에 영화로도 만들었더라. 아무래도 영화는 책을 본 다음에 보는게 낫지 않을까 싶지만.


재작년에 다카마쓰에 갔을 때 일본의 3대 정원으로 꼽힌다는 리쓰린 코엔에서 여길 봤다. 그 땐 감옥도 아니고 뭐 이리 좁아터진 단칸 초막이 있나 싶었다. 이게 와비 차 다실이었구나. 보너스로 리큐의 초상도 추가!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