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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쉐릴 스트라이드/우진하 역] 와일드(2012)

독서일기/여행

by 태즈매니언 2017. 12. 1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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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전에 문유석 판사님의 서평보고 봐야지 했는데 이제 봤다. 표지의 끈 풀린 가죽 등산화 한 짝이 강렬하다. 읽기 전에 영화를 먼저 봤는데 분량상 영화에 담아내지 못했던 개인사가 오롯히 담겨 있어서 책이 더 낫다. 읽으면서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멋진 풍광을 떠올릴 수 있어서 읽는 즐거움을 더해주긴 했지만.

저자 서문이 단 한 문장인데 책을 다 읽고 다시 보니 화살처럼 팍 꽂힌다. "누구나 한 번은 길을 잃고, 누구나 한 번은 길을 만든다." 이 한 문장을 쓰기 위해 얼마나 고민했을까? 정말 멋지다.

책에서 계속 PCT라고 약자로 나와서 읽으면서 이름을 잊어버릴 뻔 했는데 1995년 저자 쉐릴 스트레이드가 걸었던 지도상의 진 트래킹 코스는 1968년 미국 국립 자연경관 탐방로로 지정되었다는 The Pacific Crest Trail이다. 코스 길이가 무려 4,285km. 숫자로는 감이 잘 안오는데 한라산부터 백두산까지의 직선거리가 945km 밖에 안된다고 하니 정말 엄청난 거리지 않나. 나중에 나도 한 번 걸어보고 싶다.

당시 스물여섯의 쉐릴은 이 PCT를 석 달 동안 걸어 완주한다. '몬스터'라고 이름붙인 엄청난 크기의 배낭을 짊어지고(영화에 이 몬스터의 모습이 잘 묘사되어 있다. ㅎㅎ) 하루에 32km까지도 걷는다. 나홀로 장거리 캠핑은 어쩔 수 없이 짐이 많아질 수밖에 없는데, 배낭 여행 경험도 없었던 처자가 대단하다.

약 40kg의 군장을 짊어진 카이사르의 군단병이 하루 최대 33km를 행군했다고 하고, 최대한 가벼운 군장만 챙기고, 보급은 현지에서 약탈 등으로 알아서 조달했던 나폴레옹 육군이 하루에 최대 40km를 주파했다는데 말이다.(난 자전거여행으로 하루에 120km만 가도 온몸이 쑤시고 엉덩이에서 불이 났었는데.)

처음에는 쉐릴의 행동들을 이해하기 힘들었는데 과거의 경험들을 하나씩 풀어놓는 걸 읽다보니 생각이 좀 바뀌더라. 배우자로 만난 사이라고 하더라도 스물 여섯 당시의 쉐릴에 대해 이만큼은 알 수 없을 것 같은데 적나라한 솔직함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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