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r김윤관] 아무튼 서재(2017)

독서일기/여행

by 태즈매니언 2018. 10. 22. 22:32

본문

 

이 책을 소개해주신 페친님이 어느 고인이실까요? 자수해주시기 바랍니다. ㅎㅎ 손바닥만한 사이즈에 기대와는 달리 사진 한 장 없이 140페이지 남짓인데, 책값이 만 원에서 백 원 빠지는 금액이라 고민했거든요. 생일선물로 받은 문화상품권 덕분에 질렀는데 추천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튼시리즈는 세 출판사가 함께 펴내는 에세이들인데 나에게 기쁨이자 즐거움이 되는, 생각만 해도 좋은 한 가지를 담은 시리즈라네요.

 

제가 생각하는 생활 가구에 대한 생각과 가장 비슷한 분을 만났습니다. 서재에 바캐비넷 또는 이러한 스타일의 냉장고를 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동지님! 사람 몸에서 가장 많은 면적을 가장 오랜 시간 접촉하는 가구인 의자와 매트리스에는 많은 돈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는 생각도 저도 같고요. (그래서 템퍼 매트리스를 샀죠~)

 

그런데 한 편으로는 이미 1950~70년대에 북유럽에서는 김윤관님처럼 생각하는 목수들이 참 많았고, 그들과 디자이너들이 협업해서 만든 빈티지가구들이 지금도 많이 남아 있어서 고민됩니다. 그 시절에 지금보다 질좋은 원목들을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고, 로즈우드같은 수목은 지금은 CITES 규제 때문에 구하고 싶어도 못구하니까 말이죠. 가격을 보더라도 지금 주문해서 제작하는 비용이 제 취향의 빈티지가구보다 비쌀터라 소비자의 판단으로 서재가구 주문제작을 마음먹기 쉽지 않네요.

 

그래도 아직까지 제 맘에 쏙 드는 책장을 못 찾았으니 지금은 회사 연구실에 제 책들을 보관하고 있지만 나중에 벽 한쪽을 가득 채우는 책장이 필요해지면 김윤관 목수님께 의뢰를 드리고 싶네요. MDF에 필름을 붙인 조달청 구매 책장을 볼 때마다 멜라민 접시에 담아 낸 산해진미를 보는 느낌이라.

 

목수에게 왜 서재가 필요한지부터 사람 마음을 훅 잡아 끌었던 작지만 쎈 책 잘 읽었습니다.

 

---------------------------------

 

9

 

사람들은 내가 별도의 서재를 유지하는 것을 보고 의아해하고는 한다. 목수에게 공방이나 쇼룸이 아닌 서재라니!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맥락이 없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유용하고 아름다운 기물을 만드는 사람이라는 목수의 본질을 고려해본다면 서재는 반드시 필요하다. 목수에게 목공은 과정에 불과할 뿐 목적이 아니다. 목수의 목적은 유용하고 아름다운 가구를 만드는 것이다. 내가 아닌 타인의 유용함을 파악하고 아름다움을 찾는 과정에서 공부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일 수밖에 없다. 목수가 손에 연장을 들고 나무를 깎기 시작할 때는 이미 전체 과정의 70%는 끝난 것이라고 보면 된다. 물론 실제 나무를 만지고 제작하는 과정에서 대강 30% 정도의 변경과 수정이 이루어진다. 30%가 목수의 가구를 디자이너나 가구회사의 그것과 구별되는 정체성을 갖게 하지만, 연장을 들기 전 이미 큰 그림은 잡혀 있는 것이다.

 

24

 

책은 주인의 손보다 책장에 더 오래 머문다. 책을 사랑한다면서 책장을 소홀히 대하는 것을 나는 선뜻 이해하기 어렵다.

 

38

 

책상은 가구 중에서 가장 신체 접촉이 많은 품목이다. (중략) 책상 위에는 늘 팔이, 손이 머문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혹은 흔하디흔한 일지만), 심지어 책상에 얼굴을 묻고 엎드려 자기도 한다.

 

49

 

적은 돈을 써도 사치인 물건이 있고, 많은 돈을 써도 럭셔리인 물건이 있다.

 

53

 

목수로서 사무직에 종사하는 독자들에게 꼭 조언하고 싶은 것이 있다. 회사에서 본인이 쓰는 의자는 자비를 들여서라도 고가의 제품을 고르라는 것이다.

(나도 허먼 밀러Aeron Chair 원츄 ㅠ.)

 

75

 

<사회계약론>1762년 출간된 이래 프랑스 대혁명 이듬해인 1792년에 딱 한 번 더 인쇄되었을 뿐이다. 당시 루소의 베스트셀러는 <신 엘로이즈>라는 연애 소설이었다.

 

87

 

서재는 내게 단순히 책을 읽는 공간이 아니다. 서재는 내 삶이 시작된 곳인 도서관과의 공존이자 결별이다.

 

113

 

나는 도서관을 떠올릴 때마다 도서관이 세월을, 시간을 그러니까 끝내는 사라졌을 기억들을 수납하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중략)

뱉어지고 사라졌을 말들이 문자를 통해 종이에 기록되고 책으로 묶여 나란히 줄지어 서있는 것이다. 소멸을 거부하고 기억되기를 바라며 서있지만, 전해져 이어지는 기억은 그들이 원했던 모습이 아니다.

 

138

 

현대의 주택구조로 볼 때 벽에 위치한 책장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가구 높이가 960mm를 넘지 않는 것이 좋다. 960mm를 넘으면 시선을 가로막아 공간을 답답하게 만든다. 책장과 수납장 역시 최대 2100mm를 넘으면 공간을 위압하니 올바른 배치라고 할 수 없다. 나의 경험으로 책장의 높이는 2m를 넘지 않는 게 적절하다.

 

 

관련글 더보기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