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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김명주] 호모 데우스(2015)

독서일기/거대담론

by 태즈매니언 2018. 1. 28.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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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당신은 정말. 유발 하라리는 2015년에 지금 사피엔스들이 직면한 가장 중요한 상황과 이 상황에서 필연적으로 제기되는 질문들에 대해서 한 권의 책을 펴냈다. (책의 마지막 페이지에서 확인하실 수 있지만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그러지 않으시길 추천합니다.)

전작 <사피엔스>는 페친들을 통해 추천받았던 여러 석학들의 에센스들을 쭈욱 나열하다가 유일하게 좀 신선했던 인공지능 이야기 살짝 하고 끝나길래 허탈했었다. 그냥 짜깁기의 달인인 지식소매상이구나 싶었고. 이런 선입견에도 불구하고 페친들의 극찬이 이어지길래 <호모 데우스>를 노조사무실에서 빌려왔는데 이번엔 푹 빠져서 읽었다.

예측으로 보이는 내용들로 가득차 있지만 인류의 미래에 대한 '화두'처럼 던지는 내용이라 적중 여부를 떠나 SF작가를 위한 가이드북 같은 느낌을 받았다. 역사학자가 왜 이런 책을 썼나 의문이었는데 '역사학의 가장 큰 목표는 우리가 평상시 고려하지 않는 가능성들을 인지시키는 것이다. 역사학자들이 과거를 연구하는 것은 그것을 반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것에서 해방되기 위해서이다.'라는 서술이 인상적이었다.

내가 인본주의(휴머니즘), 자유주의, 개인주의, 진화론에 대해서 겉핥기로만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해줘서 고맙고. 철학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면 일단 이 책부터 보시길 권하고 싶다.

동물의 지능과 마음에 대한 프란스 드 발의 가르침과 현생인류가 유인원이나 네안데르탈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지구를 지배하게 된 원동력을 의사소통능력을 활용한 집단적 협력에서 찾은 로빈 던바 등의 핵심적인 주장을 잘 녹여서 전달하고 있다. '상호주관성과 상호 확증을 거듭하며 생긴 의미의 그물망이 생기고 풀리는 것을 바라보는 것'을 '역사 공부'라고 표현한 통찰력에도 감탄했고. '신'과 '관료제'에 대한 하라리의 서술에도 엄지 척~!

하라리는 알고리즘이 모든 것을 아는 신탁이 되고, 그 다음에는 대리인으로, 미래에는 주권자로 진화할 가능성에 대해 풍부한 사례를 제시하며 보여준다. 그가 말한대로 이미 인간에서 알고리즘으로의 권한 이동은 주변의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고, 이것은 정부의 중대 결정의 결과가 아니라 평범한 선택들의 저항할 수 없는 흐름 때문이니.

<호모 데우스>를 읽고 나서 처음으로 앞으로 중국이 미국을 앞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고리즘의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전체 인구 중 극소수의 플루토크라트 외에 대부분의 인간은 잉여가 된다면 쓰촨 성의 일자무식 농부나 런던 로펌의 변호사나 알고리즘과 기계학습의 소스제공자일 뿐 무쓸모하기는 마찬가지일테니. 선진국들에서 자유주의와 개인주의에 기반한 민주주의가 알고리즘의 빠른 발전을 막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을 때, 중국은 알고리즘 나가신다 길을 비켜라하고 있으니. 지구상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국가가 인간이 필요없는 길을 가장 힘차게 걷고 있는 아이러니라니. 우리나라도 20년쯤 후에는 저출산 대책 따위는 집어치우고 제발 애 좀 낳지 마세요라고 간청해야 할지도.

자신의 자손을 호모 데우스로 업그레이드할 수 없다면 대격변 후 탈락하는 개체 생산 대신에 광대한 네트를 통해 알고리즘 개선 작업에 기여하는 인생을 사는 게 더 보람있지 않을까?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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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쪽

'우리와 전혀 다른 종류의 마음을 지닌 존재가 생명공항으로 무엇을 할까?'라는 질문에는 쓸 만한 대답이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와 비슷한 사람들은 생명공학으로 자신의 마음을 재설계할 것이고, 그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현재의 마음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는 정도이다.

212쪽

사피엔스가 세계를 지배하는 것은 그들만이 상호주관적 의미망을 엮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공동의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법, 힘, 실체, 장소로 이루어진 그물이다. 이런 그물은 인간만이 십자군, 사회주의 혁명, 인권운동을 조직할 수 있게 한다.

225쪽

문맹사회 사람들은 모든 계산과 결정을 머릿속으로 한다. 하지만 문자사회 사람들은 네트워크로 조직되어 있어서, 각 개인들은 거대한 알고리즘의 한 단계일 뿐이며 알고리즘이 중요한 결정을 내린다. 바로 이것이 관료제의 본질이다.

243쪽

허구는 우리의 협력을 돕는다. 그 대가로 우리가 감내해야 하는 것은 이 허구가 협력의 목표도 결정한다는 사실이다.

295쪽

과학의 가장 위대한 발견은 무지를 발견한 것이었다. 세상에 대해 아는 것이 얼마나 없는지 깨달았을 때 비로소 인간에게 새 지식을 찾아나설 매우 타당한 이유가 생겼고, 이것은 진보를 향해가는 과학의 길을 열었다.

415쪽

신이나 국가 같은 상상의 실체를 믿게 하려면, 사람들이 가치 있는 뭔가를 희생하게 해야 한다. 희생이 고통스러울수록 그 희생을 바치는 대상의 존재를 더 확실히 믿게 된다.

441쪽

사실 시간이 갈수록 인간을 컴퓨터 알고리즘으로 대체하기가 점점 더 쉬워지는데, 알고리즘이 더 영리해지고 있기도 하지만, 인간이 전문화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478쪽

인간 병사와 노동자들이 알고리즘에 밀려나면, 적어도 일부 엘리트 집단들은 쓸모없는 가난뱅이 대중에게 더 나은 건강, 아니, 표준적인 건강조차 제공할 필요가 없으며, 차라리 표준을 능가하는 소수의 초인간을 업그레이드하는 데 집중하는 것이 훨씬 현명한 일이라는 결론에 이를지도 모른다.

497쪽

수백만년 동안 우리는 성능이 향상된 침팬지로 살았다. 그리고 미래에는 특대형 개미가 될지도 모른다.

507쪽

하나의 중앙 프로세서가 모든 데이터를 처리하고 모든 결정을 내리는 극단적인 상황을 공산주의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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