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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외식의 품격(2013)

독서일기/음식요리

by 태즈매니언 2018. 3. 14.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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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매년 선정하는 올해의 책 후보 <한식의 품격>에 감동받아 주문한 <외식의 품격>. 시노하라 료코가 주연했던 <파견의 품격>을 재미있게 봐서인지 '~의 품격'이라는 제목이라 반갑다. 목차를 보면 프랑스나 이탈리아식 파인 다이닝(나도 몇 번 먹어본 적이 없다. 특히 해외에서는!) 코스 순서에 따라서 서술하고 있다. 2013년에 출판된 책인데 무려 8쇄를 찍으셨더라. 언급된 내용들 중 상당수가 <한식의 품격>에서도 나오다보니 연달아 두 권을 읽으니 중복되는 부분도 있다.

빵과 술까지 다뤄주시다보니 이 책을 보면 프렌치 정찬을 내는 고급 레스토랑에 처음 가는 쫄보를 위한 가이드북같은 느낌이 든다. 술을 곁들이면 1인당 런치로는 10만원, 디너로는 15만원 정도 생각해야 하는 이런 음식을 맛보는 게 과시적 소비라고 취급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지만 그래도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한식과는 다른 맛을 경험하고, 외식접대의 문법에 따라 수백년 간 다듬어져 ...온 문화를 소비해보는 차원에서 문화행사를 구경하면서 배도 채우는 해볼만한 경험이지 않을까? 물론 당장 싼 식당에서 배를 채우기도 쉽지 않은 주머니사정인 분들에게 한소리 들어도 할 말은 없지만.

 

엊그제 올렸던 <한식의 품격> 감상평에 대한 Jai Ho님의 코멘트는 이 책에도 똑같이 들려줄 수 있을 것 같아 인용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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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스스로 고급이고 싶은 레스토랑에서는 덩어리 치즈를 강판에 갈아 쓴다. 미리 갈아 봉지에 담아 파는 물건은 뭉치는 걸 막기 위해 전분, 황산칼슘 등의 가루를 입힌다. 보송보송하며 하얀 더께가 희미하게 끼어 있다.

 

73

 

요즘 완제품 드레싱도 널렸지만 굳이 살 필요는 없다. 산과 기름의 기본 배합 비율(1:2~3)만 알면 누구라도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마늘과 소금, 후추만 더하면 끝이다. (중략) 유리병 하나만 있으면 된다. 먹고 남은 과일잼 병이 딱이다. 모든 재료를 한꺼번에 넣고 새지 않도록 뚜껑을 꽉 덮은 뒤, 힘차게 흔들어 섞는다. 산과 기름의 조합이니 냉장고에 적어도 1주일은 두고 먹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나면 기름과 산이 분리되므로 먹기 직전 다시 흔들어 섞어준다.

 

151

 

여느 빵에 비해 물의 비율이 높은 피자 반죽은 아주 높은 온도에서 구워야 한다. 최적의 온도는 500도대 중반이다. 그래야 속의 물기를 빨리 걷어내고 겉에 맛을 들일 수 있다. 온도가 낮으면 오래 구워야 하고, 그러면 겉에 맛이 들지 않은 채 속은 뻣뻣하게 말라 질겨진다. 온도가 높으면 진짜 피자도 패스트푸드가 울고 갈 정도로 빨리 익는다. 대개 2~7분 안팎, 짧게는 130초면 된다. 장작 화덕? 정통 피자? 시간이 말해준다. 넉넉히 잡더라도 절대 10분을 넘어서는 안 된다. (광파오븐을 사도 집에서는 이런 피자를 못 만들어먹겠네요 ㅠ.)

 

185

 

(공기 튀김기는) 뜨거운 공기를 강제 순환시켜 조리하는 원리이므로 사실 대류오븐(Convection Oven)과도 같은 원리다. 따라서 결과물이 튀김이라기보다 오븐 구이에 가까우니, 제과제빵을 위한 오븐을 가지고 있다면 딱히 새로 갖출 필요가 없다. 기름을 적게 쓰는 게 목적이라면 200도 이상으로 예열한 오븐에 기름을 달궈 재료를 익히는 것만으로 같거나 더 나은 튀김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프렌치프라이나 빵가루를 입힌 재료라면 모를까, 묽은 반죽을 입힌 튀김은 만들 수 없다는 단점도 있다.
(대신 에어프라이어는 재료넣고 버튼만 눌러주면 아무 것도 안해도 되는 엄청난 편리함이 있는데 언급안하시네요. ㅎㅎ)

 

283

 

베리에이션(에스프레소의 기본 향만 남긴 채 나머지는 부드러운 우유와 달달한 시럽으로 덮은 음료)이라는 것도 결국 고급스러운 커피믹스 맛이다. 커피 조금에 엄청난 설탕은 같고, 지방의 풍부함을 카제인나트륨으로 모사했다는 차이만 있다. 젊은 세대는 스타벅스에, 더 윗세대는 식당의 공짜자판기에 각각 기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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