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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언 바지니/이용재 역] 철학이 있는 식탁(2013)

독서일기/음식요리

by 태즈매니언 2018. 3. 25. 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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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철학자 줄리언 바지니라는 분이 요리와 식사에 관한 윤리학에 대해 썼군요. 전 번역해주신 이용재님때문에 보게 되었습니다. '식재료''식재료 가공과 조리준비' 다음 장이 '먹지 않기'라서 특이하죠.

'식재료'를 다룬 첫 번째 장에서 제철주의, 유기농, 슬로푸드 운동,채식주의, 동물복지, 공정무역, 로컬푸드운동 등에 대한 저자의 비평들에 공감이 많이 가더군요. 다만, 공정무역에 대해서는 도시로 나갈 농부들을 마을에 묶어두고 지주가 안정적으로 소작료를 받게 해주는 측면도 있는데 너무 긍정적으로만 본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먹물들 사이에서 특히) 풍성하게 벌어지고 있는 논쟁들이죠. 하지만 이런 주장들이 사회적으로 풍성하게 논의되려면 영국처럼 최소한 저소득계층도 식재료는 넉넉하게 살 수 있는 ALDI같은 할인마트들이 동네에 겨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근로시간 단축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찾아주겠다는 뜻도 좋지만 줄어든 소득분을 직접 요리해서 먹는 식비 절감액으로 상쇄할 수 있지 않으면 그 선의가 제대로 전달될 것 같지 않아보여서요.

 

89쪽에서 육식주의자를 위한 가장 설득력 있는 변명을 찾은 것도 수확입니다. 레시피를 무시하는 사람들에 대해 작가 줄리언 반스가 "가장 악질적이며, 자화자찬 격인, 애매한 '창의력'을 위한 게으른 변명"이라는 말에 뜨끔했고요. .

책에서도 세 번이나 인용했는데, 저도 <바베트의 만찬>이 식탁의 미덕에 대해 생각해보게 만드는 아주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이 책덕분에 어제 공주 마곡사 근처 청남가든에서 능이버섯(+엄나무)닭백숙을 함께 먹었던 시간을 오래 음미할 수 있었고, 오늘 알리오 올리오 파스타를 만들면서 처음으로 껍질부터 깐 통마늘을 사용해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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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병원과 함께 텃밭은 사회적 배경에 상관없이 사람들이 한데 어울리는 드문 공공장소이다.

 

76

 

고통을 얼마만큼 중요하게 여길까 고려할 때, 어떤 동물의 삶에도 피할 수 없는 고통이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사냥을 통해 야생 동물에게 우리가 건네는 죽음은 대부분의 대안보다 나쁘지 않을뿐더러 종종 더 낫기까지 하다. 야생 동물은 즐거운 삶을 살다가 평화로이 죽음을 맞지하지 않는다. 먹이가 된다면 약탈자의 턱에 걸려 죽어 갈 확률이 높지, 의식과 복지입법이 제공하는 최대한 빠르고 편한 죽음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천천히 찢겨 죽어 가기 전에 종종, 날카로운 이빨 사이에 물려 몇 시간이나 질질 끌려 다닌다.

 

89

 

동물의 삶이 가치가 있다는 점을 부정하지 않지만, 그 실체보다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기꺼이 죽이고 먹음으로써 우리는 죽음이 삶의 사실이라는 것을 기꺼이 받아들이니,(중략) 육식은 유한한 삶의 진짜 가치를 확고히 하며 초월적 가치를 전혀 더하지 않음으로써 삶을 확인하는 행위이다.

 

166

 

분자 접근법의 논리적 귀결은 새로운 기계화다.

 

206

 

조식뷔페는 현대의 식료품 장보기의 모든 미덕을 배신한다. 선택과 가짓수, 양과 편안함이 모두 질보다 우위를 점해, 현실에서 음식의 진짜 가치를 음미하는 데 실패하게 만드는 가치의 환상을 자아낸다.

 

262

 

남은 음식을 주의 깊게 재활용하는 것은 음식을 향한 적절한 감사와 존경을 표현하는 실천적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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