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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용한] 한국고대전쟁사 1(2011)

독서일기/전쟁

by 태즈매니언 2018. 5. 14.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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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독하지는 못했지만 <펠로폰네소스 전쟁사><플루타르코스 영웅전>은 정말 재미있었다. 인명과 지리, 왕가와 영웅들의 계보도에 무지하다보니 와닿지가 않았던 부분이 아쉬워서 그렇지. 그런데 한국인들에게 이 두 권의 고전을 하나로 합친 것 같은 역사책이 있다. 게다가 고화질 사진와 지도를 잔뜩 넣고 2010년까지의 연구성과를 담기까지 한!

요즘 고교 한국사 교과서가 어떤지 모르지만 꼭 전쟁사에 관심이 있는 이가 아니더라도 지리한 사실의 나열 위주인 교과서 서술에 질렸거나 '환단고기'류에 흥미를 갖고 있는 분들에게 권해주고 싶다. 고대 동아시아사의 스케일로 작게는 '고구려', '백제', '신라'가 어떻게 성읍국가에서 고대국가로 변모했고, 서로 항쟁했는지 알 수 있고, 크게는 지난 1만 년 동안 인간이 계속 ...진화했다고 하지만 2천년 전에 이 땅에서 살던 선조들도 우리네와 똑같이 다들 치열하게 살아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전작 <전쟁과 역사> 3부작의 1권의 분량과 충실도를 세 배 이상 늘린 개정증보판이 <한국고대 전쟁사 1~3>이다. 책의 훌륭함을 돋보이게 하지는 못할 망정 깎아먹는 편집과 제책이 아쉬웠던 터라 반가웠다. 약간 높아 보이는 책 가격은 답사 사진과 지도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호화스러운 종이질을 감안하면 비싸다고 할 수 없고. 예전에 읽는 이를 미심쩍게 했던 허전한 출처도 충실하게 정리가 되어있다.

임용한 박사님은 전작이 일반인들의 눈높이에 맞아 큰 반향을 일으키긴 했지만 그 자신이 군제사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던(나는 겸양이라고 생각한다.) 시절에, 그리고 개인적인 여건이 뒷받침을 해주지 못해 현장 답사를 못했던 점이 아쉬우셨단다. 첫 권이 2011년에 나왔는데 이런 좋은 책이 묻혀 있어도 되나 싶어 안타깝다. 저자가 학계의 일원이지만 주류 학회에서 활동하지 않고, 군제사에 대한 교양서를 많이 써서 그런지 너무 인정을 못받는 것 같아 안타깝다. 나라도 책을 사드리고 이렇게 추천해야지.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백제 성왕이었는데 저자의 시각에서 백제 성왕의 일대기를 대작 사극드라마로 방송국에서 제작해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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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한 적의 등장은 좌절과 도전이라는 상반된 대응 태도를 동시에 생산한다. 좌절한 집단은 운명을 받아들이고 적의 문명 속으로 동화되어 들어간다. 그러나 어떤 집단은 이 시련을 도전과 응전의 기회로 삼고 그들 자신을 변화시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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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사를 보면 평범한 리더일수록 산술적 우위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다. 덕분에 군수와 병참에 과부하가 걸린다. 병사들의 훈련과 통제가 부족하니 군대는 느려지고 선택할 수 있는 전술은 제한되어서, 행동이 예측가능해지고 전쟁 수행기간은 짧아진다.

146

(전략) 함락을 시켜도 유지를 못하는 것이 이 시기 전쟁의 특성이었다. 이와 같은 공격과 수비 능력의 불균형, 군대의 규모와 전쟁 지속 능력의 불균형은 고대의 부족연맹적 국가와 영역국가의 사이에 발생한 과도기적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이 이런 아슬아슬하면서도 발전이 없는 전쟁상태의 핑계가 될 수 없었다. 가능한 해결책은 어떻게든 동맹군도 늘리고 점령지에 주둔시킬 수 있는 병력도 늘려 영역도 늘려가는 것이다.(+내부의 연맹국도 합병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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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대법의 특징은 임시조치가 아니라 항상적으로 운영하는 제도라는 것이다. 그리고 진대법의 또 다른 얼굴은 융자제도다. 이 융자를 받으려면 국가에 호구를 등록해야 한다. 국가에 세금을 조금 내고 군사를 덜 징발당하기 위해, 혹은 부족장과 지주들이 소작인과 노비를 감추기 위해 주민등록을 하지 않은 호구가 자진 신고를 해야 한다. (중략) 빚을 지운 이상 국가는 공동체와 씨족, 부족의 우산을 뚫고 들어가 그들 한사람 한사람에 대해 무언가를 요구할 수 있는 직접적 권리가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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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군대에서 수레는 상당히 다용도로 사용되었다. 수레는 평소에는 그 부대의 짐과 식량을 운송하고, 전투 시에는 공격용 장갑차로, 수비 시에는 바리케이트로 사용되었다. 때로는 수레 전면에 창과 방패를 설치했다. 방진 안에는 보병을 두고, 기병은 방진 밖에 두어서 엄호하게 한다.

205

이것이 부족군과 종합군의 차이다. 다양한 병종, 표준화된 무장과 전술, 군수와 수송체계를 보유해야만 병력과 물자를 집중적이고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으며, 다양한 지형과 환경을 정복할 수 있다. 하지만 부족군에서 종합군으로 변모하기 위한 절대적인 조건은 사회구조와 신분에 대한 의식의 변화이다.
(최근 미투운동과 한진가문에 대한 직원들의 대응도 이런 의식의 변화의 사례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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