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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가브리엘/박리라 역] 수부타이(2004)

독서일기/전쟁

by 태즈매니언 2020. 3. 18. 2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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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육사에서 전쟁사 교관을 하기도 했던 캐나다사관학교의 전쟁학 교수가 쓴 칭기스칸의 사구사준 중에서 마지막까지 살아남았던 대장군 수부타이. 여느 장군들이 평생 한 두 번 해보기 쉽지 않은 회전을 65차례에 경험한 사기캐릭.

 

BBC에서 수부타이를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대장군으로 선정했다는데 그런 인물에 대해 유일하게 번역되어 나온 전기라 찾아 봤다.

 

상당한 분량은 몽골군의 전략전술에 대한 서술이긴 하지만 어차피 수부타이 장군의 업적을 다루면서 언급하지 않을 수는 없었으니 이해가 된다.

 

테무진의 안다는 아니었지만 그가 누구보다 신뢰했던 두 명의 동반자 중 한 명인 젤메의 동생이었기에 칭기스칸의 장군들의 전략전술 회의를 보며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는 유리함이 있었겠지만 십대 중반 테무친 휘하에 들어갈 때까지 숲속에 사는 부족인 오리앙카이 부족으로 살아와서 유목민들의 노하우를 하나도 배우지 못했다는 컴플렉스가 평생 자신을 단련하도록 채찍질한 원동력이 아니었을까 싶었다.

 

테무진의 일생에서 가장 감동적인 순간인 발주나 호숫가에서

맹약한 19인의 전사 중 한 명이었던 수부타이는 1204년 나이만 족 타양칸과의 전투에서 처음으로 비중있게 등장한다.

 

보통 바투의 원정으로 기록된 러시아 원정(1237~1242)에서만 수부타이가 비중있게 등장하는데 금나라와의 초기 전쟁(1211~1216), 호레이즘 샤 제국과의 전쟁(1219~1224)에서 수부타이가 처했던 제약조건들과 그가 고안해낸 전략전술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니 감탄할 수밖에 없다. 아 뭐 인간 도살자이긴하지만.

 

군사훈련을 겸한 대규모 사냥으로 알고 있었던 '네르제'가 사냥의 탈을 쓴 엄격한 군사훈련이었구나. 포위망에서 토끼 한 마리라도 놓친 부대의 병사들과 지휘관이 처벌을 받을 정도였을 줄이야.

 

금나라와의 전쟁을 통해 공성병기의 운용에 대해 터득했던 몽골군의 병참에서 낙타부대의 중요성도 처음 알았고.

(거란이 귀한 낙타 50마리를 선물했는데 만부교에서 굶겨죽인 고려 태조는 좀..)

 

결코 만만한 적이 아니었던 금나라와의 1211~1215년 초기 전투에서 몽골군이 중도(지금의 베이징) 함락, 톨루이군을 활용한 개봉부 공격에서 수부타이의 전술과 두 페이지를 찍어서 인용한 호레이즘 샤 제국 원정길이 얼마나 험난하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가장 인상깊었다.

 

참고로 대장군 수부타이는 1215년 금나라 황제가 몽골과 화친한 직후 곧바로 개봉부으로 천도하자 금나라의 발상지를 짓밟고, 금의 동맹국인 요나라의 후예 대요국을 정벌하러 왔다가 강동성에서 고려군과 합격한다.

 

1220~21년과 후속 원정에서 수부타이의 몽골군에 쓸려나간 군대가 러시아와 헝가리 군대만이 아니라 조지아 왕국의 7만 군대도 있었구나. 캅가스 지방은 정말 툭하면 쥐어터지는 ㅠ.ㅠ

(1223년의 러시아 공국 연합군이 8만이었으니). 불가르 왕국이 흑해가 아니라 카스피해 위쪽에 있었다는 것도 처음 알았고.

 

몽골군의 군사체계를 처음으로 분석한 근대국가가 러시아라고 한다. 저자는 전차를 몽골 기마병처럼 활용하려 했던 전략가들이 1930년대 소련군의 중추였고 그런 장군들이 스탈린의 대숙청 때 쓸려나갔다고 아쉬워하는데 타당한 견해인지 판단할 수가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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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쪽

 

'오르두'는 쉽게 말해 막사를 뜻한다. 이 단어는 서양으로 흘러들어가면서 몽골족의 막사가 침략군과 관계있다고 하여 '무리(horde)'가 되었다.

 

59쪽

 

서하와 첫 전쟁(1207)을 치른 후, 칭기스 칸은 군대에 비단 속옷을 도입했다. 이것은 오늘날 군에 방탄조끼가 도입된 것에 비할 만큼 중요한 혁신이었다.

 

204쪽

 

필자가 알기로는 몽골의 군사 체계를 분석해 서술한 근대 첫 군역사가는 러시아의 미하일 이바닌 중장이었다. 젊은 장교 이바닌은 러시아군에 몸담고 히바칸국과의 전쟁에 참전해 중앙아시아의 반 유목민족인 우즈벡인들과 맞서 싸웠다. 이 전쟁에서 그는 칭기스 칸이 투르키스탄을 정벌하던 바로 그 지역에서 그 때와 비슷한 조건으로 우즈벡인들이 펼치는 몽골의 전술을 직접 경험했다. 이 경험으로 몽골의 군사 체계에 흥미를 느꼈던지 1846년에 그는 <몽골과 중앙아시아인들의 병법>이라는 책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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