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기술은 바퀴의 발명부터 아피아 가도 등 전근대부터 꾸준히 있어왔지만 육상으로 한정한다면 역시 19세기 초반 영국에서 시작된 철도가 오늘날 참고할만한 혁신의 사례가 아닐까 싶다. 이 책의 저자인 영국의 사회학자 빌 로스는 사회성, 상업성, 정치성, 공학성, 군사성이라는 다섯 가지 기준을 가지고 전세계 49개 철도와 1개의 기차역을 골라 철도사적인 의미를 설명한다. 지도와 사진이 많다보니 200페이지를 조금 넘는 분량에도 내용이 충실하다.
14세기 독일의 광산에서 나무 널빤지로 만든 선로 위를 달리던 수레를 1807년 남웨일스의 스완지-멈블스 구간에서 철로 위에 쇠로 된 사륜 마차를 거쳐(1960년 폐쇄 전까지 동력원으로 말, 증기, 돛, 바람, 전기배터리, 디젤유까지 온갖 동력원을 다 사용했다고 함),1825년 조지 스티븐슨(아마도 노새 두 마리의 엉덩이 폭을 고려한 1.435m의 표준궤간과 복선철도의 개발자)이 자신이 직접개발한 증기기관차 로코모션 1이 승객 600명을 태우고 42km가량의 스톡턴-달링턴 구간을 운행한 최초의 근대식 철도로 시작된 것은 철도의 역사에서 시작에 불과했구나.
1853년 영국이 인도에 최초로 건설한 대인도 반도 철도(현재의 뭄바이 센트럴라인, 연간 승객 및 보행자 사망자만 2017년 기준으로 1,543명이라고 함 --;)가 울하스강과 바사이강을 통해 운반된 면화를 봄베이로 운송하고, 북서쪽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으로의 병력수송을 원활히 하기 위한 목적이었구나. 뭄바이에 가게 되면 차트라파티 시바지역(과거 빅토리아역)또 꼭 보고 싶다.
파나마 운하 이전에 파나마 철도가 건설된 것도 처음 알았다. 100만 파운드의 건설비에 12개월이면 충분할거라고 예상했던이 공사가 700만 파운드 이상에 5년이 걸린 걸 페르디낭 드 레셉스가 과연 충분히 참고하고 운하 건설을 시작했던걸까?
나이팅게일 때문에 유명한 크림전쟁에서 영국-프랑스-투르크의 연합군이 러시아를 무찌르고 세바스토폴을 함락시킨 원동력이 1855~56년 단 1년만에 건설된 그레이트 크리미안 철도를 통한 병참의 개선 덕분이었구나.
개착식 공법으로 건설되긴 했지만 최초의 지하철이라고 할 수 있는 1863년 개통된 메트로폴리탄 철도는 마차를 끄는 말들이 싸는 똥으로 파묻힐 위기에서 런던을 구했고(개통 첫해에 무려 900만 명의 승객을 운송했다고 함), 1873년 뉴질랜드의 수상 줄리어스 보겔은 차머스 항 철도를 통해 뉴질랜드산 냉동고기를 런던으로 수출해서 가난한 나라를 발전시켰다. 축산업의 중심지 시카고도 스위프트가 설립한 냉동철도회사가 아니었더라면 발전히 더뎌졌을테고.
브리티시컬럼비아가 1871년 미국이 아닌 캐나다 연방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요구한 밴쿠버를 잇는 캐나다 태평양 철도가 1885년 완공되기까지 쿨리라 불린 중국인 노동자 9천 명의 희생이 있었구나. 1997년 홍콩 반환 이후로 캐나다로 온 홍콩 이민자들이 몰리면서 밴쿠버 인구 중 20%가 중국인이라는데 아이러니하다.
최필선님의 추천을 받아 요즘 재미있게 보고 있는 드라마 <하이랜더>의 배경이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킨 황야인 컬로든과 인너베스인데, 1898년 건설된 하이랜드 철도가 컬로든 전투에서 패배한 스코틀랜드 전사의 후손들이 잡은 물고기와 육류, 우유를 잉글랜드 대도시의 존 불들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 건설한 철도였구나. --;
(피쉬 앤 칩스도 원래 스코틀랜드 해안가 마을사람들이 먹었던 음식이었다고.)
1909년 완공된 징장 철도(북경~장가계 구간)를 건설한 두 명의 엔지니어가 청말기 12세에 미국으로 유학가서 예일에서 철도공학을 공부한 광둥인 담천우(진텐유)와 잉글랜드 출신인 일본제국 조폐국장의 아들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철도공학을 공부한 클로드 킨더였다니 20세기 초반의 동아시아는 생각보다 글로벌한 곳이었다.
비록 1899년 일본이 건설한 경인선부터 출발하긴 했지만 전세계에서 승객 수 기준으로 세계 3위의 지하철을 자랑하고, 해무 430X를 개발해서 일본, 프랑스, 중국에 이어 세계에서 네 번째로 최고속도가 400km/h를 넘는 고속열차를 독자개발한 나라의 국민들에게 추천할만한 교양서적입니다.
----------------
45쪽
독일의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리스트는 분열된 독일의 각 주를 연결하려면 전국적인 철도망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략) 1833년 쓴 소논문에서 그는 베를린을 중심으로 통합된 독일 철도시스템을 건설했을 때 어떤 영향력을 가지게 될지에 대해 간략하게 기술하기도 했다. 그는 말이 아니라 증기기관차를 이용해 기차를 운행하는 철도를 제안했는데, 이것이 바로 오늘날의 라이프찌히-드레스덴 철도이다.
123쪽
(대륙횡단철도를 통해) 미국을 하나로 합치는 일은 서부의 유니언 퍼시픽 철도와 동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센트럴 퍼시픽 철도회사가 맡았다. 정부는 이 회사들에게 무상으로 토지를 지급함으로써 이들의 작업을 지원했다. 철도회사는 선로 양옆으로 바둑판 모양의 토지를 받았는데 이를 전부 합칠 경우 텍사스 주의 면적보다 컸다.
(스탠포드 대학이란 명칭이 대륙횡단철도에 지분투자도 했고 정치력을 발휘해 개통을 이끌어낸 당시 캘리포니아 주지사의 이름에서 따온 거란다.)
145쪽
베르너 폰 지멘스(Siemes)는 1840년대에 지멘스-할스케 사를 설립하였으며, 장거리 전신선을 개발해 철도 선로 옆에 부설한 것으로 명성이 자자했다. 그는 서리 지역의 고달밍이라는 마을에 세계 최초의 전기 가로등을 도입했으며, 전기 견인차가 성공을 거두자 1881년에는 베를린 최초의 전기 전차 궤도를 설치하기도 했다.
181쪽
흙으로 만든 화분이 잘 부서지는 것이 불만스러웠던 프랑스의 정원사 조셉 모니어(Joseph Monier)는 젖은 콘크리트의 가소성과 철의 보강 성질을 결합해 이 둘을 하나로 합친 제품을 만들어 특허를 냈다. 이 제품이 바로 철근 콘크리트였다.
[허혁] 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2018) (0) | 2018.09.20 |
---|---|
[볼프강 쉬벨부시/박진희 역] 철도여행의 역사(1977) (0) | 2018.07.18 |
[마크 레빈슨/이경식 역] 더 박스(2016) (0) | 2017.12.18 |
[이언 게이틀리/박중서 역] 출퇴근의 역사(2016) (2) | 2017.02.03 |
[윤준병] 서울을 바꾼 교통정책 이야기(2014) (0) | 2017.01.25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