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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에반스, 리처드 슈말렌지/이진원 역] 매치메이커스(2016)

독서일기/테크놀러지

by 태즈매니언 2018. 9. 30.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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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매쟁이들'이라는 제목인데 요즘 뜨고 있는 플랫폼 사업모델이 새로운 것이 아니라 천 년 전부터 우리 주변에서 익숙하게 존재해왔던 방식인 중매, 신문, 잡지, 나이트클럽, 백화점, 신용카드 등과 다를 바가 없고, 인터넷 인프라와 스마트폰의 보급같은 터보 차저덕분에 주목받게 된 것일 뿐이라는 기본 관점이 맘에 들었다.

 

저자들은 성공한 매치메이커(플랫폼 사업자)는 시장 참가자들이 효과적으로 뭉치지 못하게 방해하는 중대한 마찰을 해결하면서 만들어진다고 말한다.

 

이 책은 수직 또는 수평통합을 이룩하여 플랫폼을 장악한 단면 플랫폼 사업자가 아닌 '두 가지 유형 이상의 고객을 연결해주면서 가치를 창조'하는 다면 플랫폼을 분석 대상으로 삼고 있다. 플랫폼 경제를 다루는 많은 책들이 주로 IT플랫폼 위주로 다루는데 반해 이 책은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것도 미덕이다. 그래도 MS-구글-애플-페이스북 사이에 벌어져온 각축전을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으면 도움이 많이 된다.

 

심비안 사례에 대한 분석도 흥미로웠고, 은행 ATM 없이 모바일 송금으로 케냐의 개인지급수단문제를 해결한 엠페사의 사례를 읽으며, 정부는 별다른 재정투자를 하지 않고도 양질의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해낸 우리나라의 아파트 선분양제와 집단대출제도 패키지 역시 훌륭한 매치메이커라는 생각을 했다.

 

책에서 강조하는 다면 플랫폼 사업의 핵심은 반대편 참가자들과 뭉침으로써 혜택을 볼 수 있는 참가자들이 각각의 편에 충분하다는 확신을 한정된 시간(3~5년)안에 줘서 시장을 두껍게 만드는 방법인 것 같다.

 

광고를 보는 대가로 콘텐츠를 제작해 보상하는 미디어산업의 구독자-광고주 모델처럼 전통적으로 검증된 방법도 없이 새롭게 판을 싸야하는 분야에서 한정된 시간안에 유사한 경쟁자들을 뿌리치고, 닭과 달걀의 딜레마를 해결가능한 임계량을 확보하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배웠다.

 

둘 이상의 참여자들을 모두 만족하는 섬세한 가격 책정이 매우 중요하고, 참가자들 사이의 상호작용에 대해 플랫폼이 적절한 규제권한을 행사하여 소위 '물관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강조한 것도 인상깊었고.

 

플랫폼 전성시대에 행복한 승자는 플랫폼들의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는 반도체 제조회사(삼성전자)와 국가간 광대역 콘텐츠 전송 네트웍 운영회사(Akamai)가 아닐까? ㅎㅎ

 

요며칠간 읽었던 택시사업과 연결지어 생각해보니 우버와 같은 유사택시 플랫폼 사업자들은 드라이버와 승객간의 상호 평가를 통해 드러난 평판지수를 신호로 보여주고, 불량 드라이버나 승객은 플랫폼 이용시 불이익을 주거나 추방할 수 있는 강력한 (사실상의)경찰권을 행사할 수 있다.

 

그런데 택시서비스의 경우 택시기사나 승객들이 범범행위를 하지 않은 이상 불량한 플랫폼 이용자들의 행동을 제재할 수 없고, 이 과정에서 선량한 택시기사나 승객이 받는 스트레스가 택시플랫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에 영향을 미쳐 소위 '물이' 흐려진다. 이러니 승객은 대체재 관계의 교통수단으로, 택시기사는 다른 일자리로 빠져나가고 있다.

 

태우기 싫었던 취객의 난동때문에 한참 장사가 잘되는 시간대에 치안센터에 신고하느라 사납금을 못채운 택시기사가 과연 자기 업무에 책임감을 갖고 승객들을 안전하고 친절하게 모셔야겠다는 각오를 유지할 수 있을까?

 

시계외할증과 심야할증 이외의 탄력요금을 허용하지 않는 경직된 요금체계와 승차거부금지 및 위반한 택시기사에 대한 편면적인 제재, 불량승객에 대한 스크리닝 시스템의 부재 등이 현재의

택시서비스가 우버와 같은 앱기반 유사택시서비스와 경쟁할 수 없을 것이라는 예견의 근거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현재의 택시서비스 제도 안에서 택시기사들이 불량승객들의 승차를 거부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고민해 봐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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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쪽

 

양면 플랫폼이 한 집단에게 부과하는 가격을 올릴 경우 플랫폼 상에서 그 집단의 멤버가 줄어들기 때문에, 그 플랫폼은 다른 집단의 입장에서는 가치가 줄어든다. 플랫폼은 다른 집단의 멤버들이 첫 번째 집단과 상호작용을 덜 하게 돼 플랫폼에서 내려갈지 모르며, 혹시 그런 일이 생길 경우 이윤을 잃게 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물론, 그로 인해 다시 첫 번째 집단의 수요가 줄게 되고, 이어 두 번째 집단의 수요는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펼쳐질 것이다.

 

 

156쪽

 

기업들은 스스로 단면 기업이 될지, 아니면 매치메이커가 돼서 일부 통제력을 생태계 안의 다른 멤버에게 넘겨줄지 선택해야 한다. (중략) 단면 기업 입장에서는 닭과 달걀을 모두 끌어들여 임계량에 도달해야 한다는 부담이 없다. 하지만 간접 네트워크 효과를 이용해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기는 힘들다.
(애플이 아이폰에 앱스토어 기능을 넣어 외부개발자들에게 개방한 사례를 언급합니다.)

 

164쪽

 

플랫폼에 더 많은 면을 추가할 경우 간접 네트워크의 긍정적인 효과는 커지고, 그럼으로써 성장 동력이 상승한다. 하지만 사업 모델은 보다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MS는 각자 기호와 목표가 다른 수많은 PC 제조업체를 상대해야 했다. 반면, 애플은 맥킨토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조합을 최적화시킬 수 있었다.

 

184쪽

 

플랫폼은 가끔은 자체 크기를 제한함으로써 부가가치를 창출한다. 그들은 서로 연결해주기를 바라는 특정 참가자들을 모으는데 집중한다. (중략) '적절한' 참가자들이 원하는 것을 제시하는 것이 참가자들을 심사하는 한 가지 방법이다.

 

279쪽

 

쇼핑몰 운영사를 포함해 모든 소매점들은 규모와 상관없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한 고객 서비스를 통해, 터보차저가 달린 다면 플랫폼들이 몰고 온 세 가지 혁신에 대응하고 있다. 그들은 모바일과 컴퓨터 오프라인 매장 등 여러 채널을 통해 상품과 서비스를 팔기 때문에 '옴니채널' 소매업이라고 부른다. 우리는 미래에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구분이 모호해지면서 옴니채널을 다시 '소매업'이라고 부르는 날이 올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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