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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릭스 스테파니/위대선 역] 공유경제는 어떻게 비즈니스가 되는가(2015)

독서일기/테크놀러지

by 태즈매니언 2018. 10. 7.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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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공유경제라는 간판을 내세운 사업모델들을 소개하는 책입니다. 저자는 영국의 자동차 주차공간 공유 스타트업 창업자 앨릭스 스테파니인데 2015년에 나와서 시의성은 좀 떨어집니다. 그래도 세계각지에서 이 분야의 창업이 얼마나 많은지 체감하기 좋더군요. 공유경제의 틀에는 안들어가고, 플랫폼 사업이라고 할만한 사례도 많긴 합니다. 라이드쉐어링 사업모델에 대한 세세한 내용들이 제겐 업무적으로도 유용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공유경제의 전도사처럼 평가해주는 부분은 좀...)

 

저자는 공유경제를 사용 빈도가 낮은 자산에 인터넷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하여, 공동체가 이러한 자산을 소유할 필요성을 감소시키는 사업모델이라고 정의합니다. 물론, 저자 스스로 말하듯 인류 역사상 빌려주고받는 일은 까마득한 옛날부터 있었던 오래된 형태의 소비긴 합니다.

 

지금도 마을공동체 복원을 외치는 모 시장님도 계시지만 오프라인에서의 1차 집단이 줄어들고 공동체가 해체되는데 반해 온라인 공동체는 소속감을 제공하며 사회의 진공을 채우고 있고, 낯선 사람을 만는 경험을 제공하여 사람들 사이의 교제 범위를 넓히는 공유경제는 오히려 사회적 자본을 만들어낸다는 지적이 인상깊더군요.

 

그래서 공유 플랫폼의 초기 성장은 비전을 같이 하는 종교공동체 같은 느낌도 들고, 대신 규모가 커지면 한국의 대형교회나 맥도널드와 같은 프랜차이즈 비즈니스와 유사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인간적 교감이 강점이라고 해도 비용절감과 업무수행 절차의 표준화가 없이는 경쟁에서 도태될테니까요.

 

음식 분야의 공유경제 스타트업 중에 아마추어 요리사가 자기 집에서 만든 음식을 포장 또는 배달 판매해주는 Cookisto는 실직한 요리사나 아직 식당을 창업할 자신이 없거나 창업비용이 없는 이들에게 돈을 벌 기회를, 구매자들에게는 식당보다 저렴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제공해줍니다. 전혀 새로운 모델이 아니죠. 이미 동네마다, 그리고 살림꾼들의 전화 연락처에는 김치나 반찬들을 맛있게 만든다고 소문이 나서 돈을 받고 대신 만들어주는 살림꾼들이 많이 있으니까요. 공유플랫폼이 제공하는 것은 사용자경험과 평판관리를 통한 신뢰와 결제의 편의성 정도일 뿐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공유경제 모델은 국가가 식품위생법에서 관리하고자 하는 식품안전의 사각지대에 있다는 점이죠. 하지만, 지자체 공무원이 식중독 발생 원인을 파악하는 것보다 Cookisto가 빠르지 않을까요? 구매이력들이 역학조사에도 홀륭하게 쓰일 수 있고, 동네 할머니들이 자기 집에서 만든 음식을 바리바리 싸들고 친지들에게 나눠먹이는 것에 식품위생법을 들이대지 않는 것과 위험성 측면에서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게다가 너무 많이 만들어서 남은 음식을 누구든지 공짜로 가져갈 수 있게 해주는 Left over Swap을 식품안전 측면으로 우려를 이유로 금지하는 지자체 사례를 보니 음식재료의 40%가 사람 입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버려지는 상황에서 무엇을 우선시해야 하는지 의문이 듭니다.

 

파트타임 개인사업자 겸 독립노동자들이 지금 현재 1,433개인 대한민국 법률들을 지키기를 강제하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자기가 등록한 플랫폼에서의 감시-평가 시스템을 통해 공개되는 평판관리에 맡기는 것이 나을지. 저자와 저는 후자쪽이 좀 더 우위에 있다고 보이네요. 이러한 측면에서 공유경제 사업자들의 비전은 모든 노동자들이 기업가가 되기를 원했던 마거릿 대처와 같습니다.

 

한국장학재단의 학자금대출과 같은 역할을 하는 PaveUpstart의 샤례처럼 공유경제 플랫폼들은 중앙정부나 지자체가 수행했던 공공서비스에 대한 경쟁자가 될 수 있습니다. 서양 중세의 장원제처럼 새로운 것도 아니죠. 며칠 전에 읽었던 왕젠의 <온라인 다음 혁명>이 통합적인 정부 플랫폼에 기반한 공공 신용정보망과 만물인터넷이 문명을 다음 차원으로 도약시킬 것이라고 예언했던 것에 비해 이 책은 다양한 분야별 플랫폼들이 오프라인 기업들과 경쟁 및 협력하면서 일정부분 정부의 역할을 보완할 것으로 보고 있어 보다 다원적이고 점진적인 영미식 모델의 특징을 보여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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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사는 공간은 조금 줄어들어씃니다. 공유경제는 대부분 단위 면적당 이구 수준과 관계가 깊죠.”(조너스 싱어)

 

94

 

단기 임대를 하면 임차료뿐 아니라 시세도 올라간다. 에어비앤비 같은 웹사이트에 호평이 모이면 건물에도 디지털 형태의 가치가 쌓인다. 임대나 공유가 목적인 투자자에게는 다른 조건이 완전히 같더라도 온라인에 발자취가 없는 아파트보다 단기 대여 사이트에 좋은 평가가 올라간 아파트의 가치가 훨씬 더 높다.

 

187

 

조던은 자신이 인생의 재무 상태표라고 부르는 것을 살펴보는 방법으로 공유경제 투자 건에 접근한다. 달리 말하자면 유휴 능력을 이용하여 드러낼 수 있는 가치의 비중이 가장 큰 부동산, 자동차, 고급 의류 같은 자산에 가장 많은 관심을 쏟는다.

 

302

 

가능한 한 빨리, 가능한 한 크게 성장하고, 가능한 한 많은 사람의 삶을 개선하세요. 그렇게 된다면 그 회사 문을 닫게 하기는 매우 힘들 것입니다.”

 

330

 

공유경제는 마치 친절에서 우러나오는 듯 하지만 사실은 돈을 받는 행위의 규모를 키운다. 그 결과 돈이 오고가지 않는 진정한 친절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이게 나쁘자고 보진 않습니다. ㅎㅎ)

공유경제는 공유지의 비극을 해결하는 데도 거의 기여하지 못한다. (중략) 크라우드펀딩으로 모든 도시의 예산안에 존재하는 거대하고도 재미없는 품목에 자금을 대기란 절대 불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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