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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즐 스미스/김재오 역] 장마당과 선군정치(2015)

독서일기/북한

by 태즈매니언 2018. 10. 18.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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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98~2001년 사이에 국제기구의 식량원조 업무로 2년 가량 북한에 체류했던 한국학 연구자가 본 북한에 관한 책이다. 원제는 <North Korea : Markets and Military Rule>이고,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에서 나왔다.

 

이 책의 본문은 362페이지에서 끝나는데 주석과 참고문헌 목록은 510페이지에서 끝난다. 그만큼 증거기반의 철저한 학술 작업의 직업윤리를 철저하게 지킨 책으로 보인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좀 지루할 수밖에 없었다.

 

검증이 어려운 탈북자들의 증언과 같은 생생한 자료들이 반영되지 못하고, 북한 당국이 국제기구에 제출한 자료들이 과다하게 반영된 느낌은 들지만 헤이즐 스미스와 같은 정론(正論)은 후학들이 출발할 탄탄한 기반이 된다는 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런 책은 역시 영미계 학자들이 쓰는 것 같아 씁쓸하네.

 

만약, 내가 <조선자본주의공화국>, <평양자본주의 백과전서>, <햇볕 장마당 법치>처럼 기자들이 간결한 스케치로 묘사한 북한에 관한 책을 읽지 않았더라면 이 책을 좀 더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긴 하다. 영국인 학자가 정리한 정치사 중심의 북한 현대사(특히 고난의 행군 시기와 선군정치 시기에 많은 분량을 할애한)로 기본지식을 쌓기 좋았다. 2015년에 나온 책인데, 저자와 비슷한 시각으로 북한을 분석한 책들이 대개 작년부터 나왔다는 점에서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고.

 

그나저나 저자가 학술적인 엄밀성에 철저한 자신과 같은 북한 연구자가 외교계나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자기가 보기엔 얼치기 전문가들이 나대는 것에 대해 반감과 피해의식이 있는 것 같더라. 추천하는 북한 전문가 중에 안드레이 란코프 교수가 없는 것도 의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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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배급제도는 1946년에 도입되었고, 1970년대에는 비농업인구가 연료를 비롯한 생필품과 식량을 얻기 위해 공공 배급 제도에 의지하게 될 정도로 확대되었다. 배급 제도의 범위, 규모, 지속성에서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 중에서도 남달랐다. 소련에서 배급 제도는 국가 비상사태에 세 번 시행한 게 전부였다. 그리고 마지막은 심지어 2차대전 기간 중이었다.

 

262

 

선군정치는 김씨 가문의 이익과 군부의 이익이 공생할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즉 제도로서 군의 이익을 확보하는 한편, 김씨 가문에 대한 계속된 찬양을 통해서 그리고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의 진작을 통해서 정권의 목적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김정일은 정권 생존이 정치 지배집단인 김씨 가문의 생존과 같이 가도록 선군정치를 조직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중략)

1998년 헌법은 국방위원회의 위상을 국가 최고 행정권한을 가진 기구로 공식화했다. 1998년 헌법은 정무원이라 알려진 내각을 포함한 통치기관들을 국방위원회에 종속시켰다. 2009년 헌법개정은 국방위원장이 국가의 최고지도자이며 무엇보다도 국정 전반을 이끌어가는 의무와 권한을 갖는다고 상기시키면서 국가정책에서 군사적 이익의 우선성을 확고히 했다.

 

267

 

선군 사회 조직은 총을 든 군인들로 거리가 가득 채워졌다는 의미에서, 북한이 군사화된 사회가 되었다는 뜻이 아니다. 참고로 북한에서 군인과 경찰은 통상적으로 총을 휴대하지 않는다.

 

280

 

신의주 자유무역지대 공표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신속했고, 북한 정부는 공개적으로 굴욕을 당했다. 중국 당국은 양 빈을 뇌물과 서류위조, 불법적인 토지 사용과 사기 계약 등으로 체포했고, 랴오닝성 인민법정은 20037월 그에게 18년형을 선고했다. 평양을 향한 베이징의 메시지는 북한이 일방적인 행동으로 국경 지역에서 잠재적인 위험 요소로 변할 수 있는 개발을 중국이 용인하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354

 

지속적인 외교의 부재로, 북하느이 핵 능력이 증강되고 탄도미사일 기술 개발 능력이 점점 정교해지는 예기치 않은 결과가 나왔다. 전략적 인내 정책은 인권 개혁이나 비핵화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했고, 동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하고 지속적인 위기에 대한 미국 지도력의 부재에서 비롯한 지역적인 정치적 공백을 중국이 채우게끔 했다. 북한이 사실상 핵무장 국가가 됨에 따라 전략적 인내는 마비로 바뀌게 된 것이다.

 

361

 

중단된 6자 회담은 너무나 많은 부정적인 앙금을 남겨서 북한을 제외한 5개국가가 남북 갈등 해결에서 중요한 외교적 행위자 역할을 계속 한다 하더라도 새로운 방안의 토대가 될 수 없다. (중략) 가장 중요한 것은 미국이 다시 나서서 세심하게 조율된 외교적 경제적 방안을 주도하고, 이를 통해 미국 정계의 모든 정치 세력을 통합해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의 외교적 지도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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