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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 서울 선언(2018)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18. 10. 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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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시덕 선생님의 이 책이 서울이라는 도시를 시기적으로는 조선시대, 공간적으로는 사대문 안을 중심으로 좁게 보는 시각에 대한 반박선언이라 반가웠다. 다만 나는 대학 입학 이후에서야 서울로 흘러들어왔고, 지금은 세종시민이다보니 좀 늦게 이 책을 보게 되었다.

 

로스쿨 다닐 때 자전거 타고 중랑천을 내려가다가 한강 합수부에 있던 살곶이 다리가 1925년 을축년 대홍수로 인해 일부가 소실되어 철근콘크리트로 보강한 다리와 붙여졌구나. 내가 서울의 곳곳에 대해 좀 더 잘 알았더라면 더 재미있게 읽었을 책인데...

 

그리고, 해방 이후 많이 파괴되기는 했지만 50년 이상 유용하게 이용했고, 지금도 서울에 남아있는 일제 강점기의 인프라들이 문화 유산으로 방치되는 모습이 친일파 단죄를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이들의 영향은 아닐까?

 

이 책이 담고 있는 내용 중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이 삼문화광장에 대한 이야기였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세종특별자치시 금남면 대평리와 바로 붙어있는 대평동도 한반도에서 신석기시대 초기 농경유적 흔적, 복숭아의 고장 충남 연기군의 면사무소 소재지, 신행정수도로 시작했다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변경된 대한민국의 신도시라는 세 가지 모습을 함께 담고 있는 공간이다보니.

 

손정목 선생님의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를 한 번 더 읽어야겠다는 생각도 드네. 1920년대 경성의 밑바닥 탐방기라는 아카미 가후의 <대지를 보라>도 몇 년째 책장에 묵혀놓고 있었는데 조만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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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서울이라는 도시를 걸으면서 사라져 가는 것들을 아쉬워하는 대신, 옛 것이 가고 새로운 것이 오는 변화를 지켜보며 즐거워하는 게 더 낫다는 사실을 저는 지난 40여 년에 걸쳐 깨달았습니다. 바뀐다는 것은 서울이 살아 움직이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저는 제가 재미있어하며 살아온 서울이 언제까지나 살아 움직이기를 바랍니다.

 

183

 

신사 참배에 저항해서 자진 폐교했던 숭의 여자 대학교가 1953년에 서울에서 다시 개교할 때, 정부로부터 일본이 남긴 경성 신사 터를 학교 부지로 제공받았습니다.

 

261

 

영등포 오른쪽에는 노량진과 용산을 잇던 한강 인도교와 철교가 있었는데, 이 두 개의 다리도 을축년 대홍수로 끊겼습니다. 한강 인도교는 제1 한강교라고도 불린 한강 대교를 말합니다. 한강 인도교와 철교는 1950628일일 폭파되어 끊기기 25년 전에도 이미 한 번 끊긴 적이 있었던 것입니다.

 

353

 

그래서 저는 여기서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한반도에 옛 문헌이 남아 있지 않다고 한탄할 시간에, 뭐라도 좋으니까 무언가 끄적이고 찍어서 남기자고 말입니다. 지금 우리가 남기는 문서와 사진이 백 년 뒤에는 21세기 초 한반도를 이해하기 위한 귀중한 문헌이 될 것입니다.

 

365

 

국가가 공공 인프라 건설 의무를 시민들 개개인에게 떠맡긴 현대 한국에서, 시민들은 각자도생하기 위해 아파트를 지어 일종의 사설 경호원인 경비원을 고용함으로써 치안을 유지하고, 단지 안에 존재하는 상가 건물에서 생활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받고, 계급적으로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 산다는 안도감을 얻었습니다. 6.25 전쟁으로부터 시작되는, 중세 유럽의 암흑기 같은 현대 한국의 혼란 속에서 나와 내 가족을 지켜 줄 수 있는 성곽 도시의 역할을 아파트 단지가 수행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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