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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터친/이경남 역] 초협력사회(2016)

독서일기/거대담론

by 태즈매니언 2018. 11. 4.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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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제국의 탄생>이 갑자기 절판되는 바람에 중고서점에서 힘들게 구했던 기억 때문에 이번엔 출간소식을 듣자마자 주문했다. 일반인을 위한 교양서지만 자연과학과 융합하여 학제적으로 역사를 전공하는 학자가 되고자하는 열망있는 학생에게 더 적합한 책인 것 같다. 감수자인 경북대 최정규 교수님의 추천의 글도 참 좋았다.

 

터친은 <네이처>와 <사이언스>에 논문을 발표해온 생물학/수학 기반 연구자다. 그는 다수준 문화선택에 기반한 문화진화론을 바탕으로 ‘역사는 과학이다’라고 단언한다. 그러면서 데이터를 가지고 자신의 설명을 과학적으로 검증하지 않는 인문사회과학계의 역사연구들에 대해 모두까기 시전하고 있다.

 

‘전쟁은 어떻게 협력과 평등을 가능하게 했는가’라는 띠지의 문구가 도발적이다. 하지만 <전쟁의 역설>(이언 모리스)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스티븐 핑거)를 통해 인류는 전쟁을 통해 더 크고 조직화된 사회를 만들어왔으며, 장기적으로는 보다 평화로운 세...상을 이룩해왔다는 논지를 접했다면 별로 새롭지 않은 이야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다 읽고 보니 터친은 ‘역사동역학(Cliodynamics)’이란 연구분야를 개척해온 분답게 좀 더 나아간 주장을 펼치고 있었다. 131페이지에 나오는 프라이스 방정식과 사진으로 찍은 306페이지의 그래프가 터친의 독창적인 주장을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논거로 보인다.

 

인간사회에서 발사식 무기의 사회적 기능, 리처드 도킨스에 대한 비판, 그리고 ‘사회적 접착제’로서 종교의 유용성을 폄하하고 종교를 혐오하는 (나같은) 무신론자들에 대한 일침이 특히 탁월했다. 사유재산제도의 탄생에 대한 이론 중에서 가장 설득력있는 주장도 만났고.

 

FAANG과 같은 플랫폼제국을 구축한 반신(半神:플루토크라트)들은 나머지 99.9%의 인류들에게 과거의 ‘기마궁수’나 ‘중갑기병’처럼 집단 차원의 보다 높은 협력방식을 찾아내는 선택압을 주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그리고, 성별·인종·민족·종교 등의 차이를 강조하는 정체성의 정치, 부유한 계층에서의 ‘세계시민주의(cosmopolitanism)’ 등으로 인해 국민국가 내 구성원간의 갈등이 증폭되는 현실을 보면 306페이지에 나오는 지그재그 그래프의 변곡점이 임박한 게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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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쪽

 

지금 우리(나와 내 동료들)는 사회학자들과 일반 대중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사회과학과 역사학의 방법론을 바꾸는 조용한 혁명을 일으키고 있다. 그 혁명의 큰 부분은 문화진화라는 분과의 탄생이었다. 문화진화에 관한 이론은 세 가지 점에서 기본의 설명과 다르다. 즉, 그것은 일반적이고, 수학적 모형에 기반을 두고 있으며, 실증적으로 검증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특징은 중요하면서도 서로가 서로를 보강한다.

 

98쪽

 

사실 협력은 사회가 하는 많은 일들 중 하나가 아니라 사회가 하는 주요한 일이다. 공공재를 생산하는 것은 진정한 사회와 단순한 개인의 집합을 가르는 경계선이다.

 

130쪽

 

다수준 선택은 용기나 일반 신뢰나 협력 같은 특성이 어떻게 인간에게서 진화할 수 있었는지를 파악하는 데 필요한 강력하고 정교한 이론적 도구다. 다수준 선택은 단단한 수학적 기반 위에 세워졌기 때문에 과학적 의미에서 진정한 이론이다. 그리고 그 수학적 기반은 프라이스 방정식(the Price equation)이라는 짧지만 아주 대단한 공식이다.
협력적 특성은 다음과 같은 경우에서 진화(빈도가 증가)할 것이다.
‘집단간의 분산/집단 내의 분산 > 개인에게 가해지는 선택의 강도/집단에 가해지는 선택의 강도’
(중략) 수학이 왜 필요한가? 협력의 진화에 영향을 주는 힘의 복잡한 상호작용을 이해하기 위해서다. 수학의 엄격한 검증을 견디지 못하면 논리적 오류를 범하거나 잘못된 논증의 미로에 빠지기 쉽다.

 

162쪽

 

발사식 무기(활 또는 콜트 6연발 권총)을 지닌 남자는 비슷한 장비로 무장한 다른 사람과 대등하기 때문에 물리적 힘에 대한 선택압의 강도는 줄어들었다. (중략) 이처럼 느슨해진 선택압의 결과로, 인간 남녀 사이의 크기와 힘의 차이는 대형 영장류에서 가장 좁혀졌다.
발사식 무기에 의해 물리적 힘이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하게 되면서 그 비중에 대한 주안점은 사회적 지능에 대한 선택으로 이동했다. 공격적이고 포악한 신흥강자를 억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연합력을 구축하는 것이다.

 

194쪽

 

원격 무기는 또한 소위 ‘인간의 전쟁 방식’을 정했다. 인간의 전투는 기동성을 동반한 원거리 타격 능력이 큰 특징이다.

 

255쪽

 

수렵채집인에서 농부로 이행하는 데 문화적 집단선택이 왜 핵심개념인가? 공동체 내의 다른 모든 사람이 수렵채집 활동을 하고 있다면 혼자서만 농사로 바꿀 수 없기 때문이다. 집단 전체가 같이 바꿔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두가 공유하는 새로운 문화적 규범과 제도가 필요하다. 그중 가장 중요한 제도는 재배한 식량에 대한 재산권이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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