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퍼시스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며 의자들을 설계하고 만들었던 분이 쓴 책이라 찾아 봤다. 내가 기대했던 내용과 다른 방향의 책이었지만 가정용 빈티지 가구에만 꽂혀있는 좁은 시야를 넓히는 데 도움을 받았다.
책 내용보다 아래 인용한 구절처럼 툭툭 던지는 가벼운 한 마디들이 주는 울림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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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쪽
원리를 따져 보면 의자와 지면이 닿는 점을 이어서 내접하는 원의 크기가 클수록 안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111쪽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의자를 평가하는 가장 중요한 조건은 얼마나 오랫동안 살아남느냐이다. 개별 의자의 수명, 즉 내구연한의 문제가 아니라 시간이 흘러도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의자인가 하는 것이 문제다.
(그런 점에서 포스트모던 붐을 타고 나왔던 전위적인 의자나, 앉기 불편한 실험적 디자인의 의자들이 난 싫다. --;)
205쪽
무엇이 좋은지를 안다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정작 현실에서 중요한 것은 얼마인가로 귀결되기 쉽다. 멋진 물건을 안다고 해도 누구나 그것을 가질 순 없다. 눈은 높으면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않은 디자이너들에게는 심각한 스트레스가 된다.
특히 가구를 디자인하는 사람이라면 가구점에서 맘에 드는 제품을 좀처럼 찾을 수가 없다. 안 쓰면 안 썼지 엉성한 가구를 집에 들여 놓으려고 하지 않기 ㄸ?ㅐ문이다.
227쪽
일상의 공간에서 의자는 이상적인 조건보다는 창의적 사용이라고 할 만한 임시방편이 더 요긴하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과거보다 더 풍요롭고 다양한 물건도 더 많은데 개조 또는 보수를 위한 적절한 재료나 도구가 그다지 많지 않다는 점이다. 또한 이것을 극복하여 자신이 사용할 것을 든든하고 멋지게 만들어 내는 능력도 약해졌다는 점이 아쉽다.
말하자면 오래전부터 전해 오던 손재주, 풍토적인 디자인 능력이 점차 자취를 감추고 그야말로 '땜빵'한 듯 초라한 모양새만 남아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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