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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한] 나를 사로잡은 디자인가구(2012)

독서일기/패션&인테리어

by 태즈매니언 2019. 3. 23.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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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빌려온 원목가구에 대한 교수의 책과 가구디자인에 대한 책은 별다른 재미도 지식도 없어서 덮어버리고 집어든 책. 빌려올 때부터 기대가 많이 됐던 책인데 역시 앞의 책들과 수준이 다르다. 목차 구성만 봐도 얼마나 깊이있는 분인지 느낌이 온다. 1만 7천원의 책 가격이 송구스러울 정도로 컬러사진도 많고.

 

저자 김명한님은 홍대앞에서 aA디자인뮤지엄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에서도 손꼽히는 빈티지가구 콜렉터이다. 값비싼 유명 디자이너들의 빈티지가구를 마음껏 앉아볼 수 있어서 몇 번 갔었는데 항상 사람들이 많아서 그렇지 공간 자체도 인상깊다. 워낙 사람들이 많이 드나들다보니 귀한 의자들이 흠집나고 망가진 모습들이 뻔히 보였는데도 몇천 원 지불한 손님들에게 흔쾌히 수백 만원짜리 의자에 앉아서 쉬는 기회를 제공하는 분이다. 접근성도 좋으니 가구에 관심있는 서울 사시는 분들은 가보시길 권한다. 빨리 김명한님께서 제대로 된 전시공간을 찾아서 개인소장품을 대중에게 공개할 날이 오길.(홍대 번화가의 5층 건물을 파시면 지금이라도 가능할 것 같은데 ㅎㅎ)

 

손꼽히는 콜렉터셔서 가구에 대한 애정이 강하신 건 당연하지만 읽으면서 바로 어제까지도 이사갈 집에 놓을 인테리어 소품을 정품으로 살지 아니면 중국산 카피제품으로 살지 고민했었던 내 자신이 찔린다. 한국이 다른 분야에서는 세계 10위권 안의 시장을 자랑하는 나라인데 카피 제조의 천국 중국과 바로 붙어있어서인지 아직 제대로 만든 가구에 지출하는 돈은 미미한 편이다. 더 좋은 물건들이 많이 수입되고, 국내에서도 가구디자인이나 공방을 업으로 삼는 분들이 많아지도록 물뿌리개 수준이긴 하지만 나도 마중물을 열심히 부어야지.

 

최근 용인에 대규모 직영 공장을 지은 카레클린트나 백홈 이실장님 같은 분, 곳곳에 생겨나는 공방의 목수분들을 보면 10년만 지나도 지금 분위기와 많이 달라져 있을 것 같다. 아직 조명에 대한 관심은 가구보다 더딘 것 같아서 아쉽다. 조명은 수입하기도 까다로운데. 특히 쓰임새가 많은 플로어 조명들은 ㅠ.ㅠ

 

까페 주인장 경력이 20년이 넘다보니 손님들 인상만 보고도 선호하는 가구타입을 예측하시는데 내 취향을 제대로 짚으시네. 이 책을 보고나니 내 또래 중 다수는 자녀를 가족으로 맞이해서 함께하고, 일부는 반려동물을, 나같은 사람은 식물이나 가구, 가드닝 식물을 유사가족으로 정붙이고 사는구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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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쪽

 

튀는 것을 꺼려하고 그러면서도 뚜렷한 자신만의 개성을 지닌 이들은 한국 전통가구에 관심을 갖는다. 최근에 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북유럽 빈티지 가구다. 한국 전통가구이든 북유럽 가구이든 한결같이 목가구를 지극히 사랑한다. 아무래도 '빼어나게 잘생기진 않았지만 어쩐지 인상이 좋은' 디자인에 높은 점수를 주는 듯 하다.

 

56쪽

 

실상 별다른 스타 디자이너를 탄생시키지 못했던 국가인 스웨덴의 세계 최고 가구 유통업체 이케아는 그 가구 대부분에 알바 알토의 디자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데, 이는 대량생산으로 편리하고 실용적인 가구를 만들어내는 데 알바 알토의 디자인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를 명백히 보여주는 증거다.

 

93쪽

 

우리나라 세법상 수입가 500만 원 이상인 제품에는 특별소비세 40%가 적용된다. 비싼 수입 가

구일수록 국내에서 더욱 비싸게 판매되는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97쪽

 

버젓이 오리지널 디자이너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짝퉁 디자인을 선택하는 것은 그 가구를 위해 쏟아부은 디자이너의 시간을 무시하는 결례를 범하는 행위다. 어디 그간의 시간뿐일까, 디자이너로서의 앞으로의 시간마저도 빼앗게 되는 셈이다. 디자인 주인으로서 대접도 대가도 받지 못하는 디자이너가 과연 어떤 힘으로 버티며 어떻게 새로운 디자인을 구상할 수 있을까.
(중략)
잠깐의 허세를 위해 눈속임하는 것은 자신만의 공간을 멋스럽게 꾸미고자 하는 의지를 지닌 이들, 디자인의 가치를 인정하고 창작물에 대한 존중이 있는 이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태도다.

 

148쪽

 

자신의 공간에 어울리는 가구를 골라달라는 부탁은 좀 곤란한 임무다. 가구라는 것은 거의 한번 들이면 한동안, 어쩌면 대를 물려 함께하는 '말 없는 식구'인 것인데 어찌 남의 집 대사에 감히 관여할 수 있단 말인가. 가구를 구입한 후 놓일 자리를 결정해달라는 것 또한 마찬가지로 난처하다. 그 집 속사정과 식구 개개인의 취향을 제대로 알지도 못한 채 여기다 놓아라 저기가 좋겠다고 나서는 것은 남의 집 제사에 감 놓아라 대추 놓아라 하는 것만큼 조심스러운 일이다. (중략) 스타일리스트에 대한 개념 역시 아직은 막연한듯 하다. 스타일리스트의 역할을 어딘가에 빗대어 설명하자면 '편곡자'라는 표현이 가장 올바르겠다.
(책이 나온 2012년 기준이고 최근엔 VMD와 홈 스타일리스트의 전문영역으로 조금씩 인정받고 있긴 하지만요.)

 

179쪽

 

만약 30~40평대 이하의 아파트라면 다이닝 가구에 투자하기를 권한다. 소파가 먼저라고 예상했겠지만 이 정도 평형대의 아파트에선 식탁 테이블과 의자의 사용 빈도수가 의외로 높기 때문에 다이닝 가구를 우선순위로 두는 것이 좋다. 가족들이 다같이 둘러앉아 보내는 시간도 식탁 중심이고 여자들의 경우 남의 집을 방문했을 때 이상하게도 소파가 아닌 식탁에 둘러앉는 경향을 보이므로, 집주인은 물론이고 손님에게 가장 많이 노출되고 애용되는 다이닝 가구가 집안의 중심 역할을 한다.


특히 식탁 의자에 투자를 하면 두고두고 만족스럽다. 디자인이 아름다운 의자는 사람이 앉아있을 때보다 홀로 있을 때 더욱 돋보이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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