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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시게루/고현진 역] 가구의 책(2001)

독서일기/패션&인테리어

by 태즈매니언 2018. 12. 1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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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유명한 가구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우치다 시게루씨의 대담집을 정리한 책. 원제는 <가구의 근본(뿌리)>인데 가구와 공간 디자이너로서 본인의 편력기가 담겨있다. 중간중간 과거에 디자인한 가구나 인테리어한 매장 사진이 나와 있어 이해를 돕는다. 독서량도 많으신 분 같고.

 

1969년에 첫 작품을 내놓은 디자이너라서 내가 좋아하는 미드 센추리 모던에서 벗어나고자 해온 분이더라. 그래서 내 취향의 가구나 인테리어는 많지 않았지만 대가의 깊이가 담긴 말들이 가구와 공간디자인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됐다. 센노 리큐와 오리베라는 이름이 너댓 번씩 거론되서 괜시리 더 친근감이 들기도 ㅎㅎ 취향은 달라도 이 분과 나 모두 센노 리큐의 제자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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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쪽

 

사실 저는 공장이라는 건물이 때로는 매력적인 느낌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완성된 조형물에 인간의 자의적인 감정이 그다지 들어가지 않은 건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굴뚝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달 수 있고, 파이프가 필요하면 바로 연결할 수 있습니다. 그곳에는 건물과 굴뚝과 파이프의 균형을 고려해야 된다는 개념 따위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공장에는 그런 강한 매력이 있습니다.

 

94쪽

 

바(bar) <발코니>에 갈색 대리석을 사용한 것은, 세상이 전부 하얀 대리석을 선호하던 시대였기 때문입니다. 시공업자에게 말해서 일부러 <왠지 기분 나쁜 돌>을 주문한 적도 있었습니다.
자기 자신까지 배신하지 않으면 자극이 되지 않고, 다음 일에 대처해 나가는 의욕도 생기지 않아서 의도적으로 그런 행동을 하지요.

 

100쪽

 

에도 시대의 건축가 고보리 엔슈가 특히 솜씨가 뛰어났죠. 정원에 작은 돌조각을 배치하고, 햇빛이 닿았을 때 그 돌조각의 각도에 따라 반사되는 빛이, 실내 천장에 영향을 미치며 미묘한 흔들림을 만들어 냅니다. 이렇게까지 정성을 쏟은 옛 문화를 보면 정말 감탄사가 나옵니다.

 

182쪽

 

청빈이라는 것은, 그 뒤편에 풍류가 있기 때문에 태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243쪽

 

물건에 무게감이 따라오는 것은 당연합니다. 또한 형태에는 형태로서의 존재감이 생깁니다. 그리고 그런 물건이 제대로 만들어지고 있다면 무게감이나 존재감은 좋은 구성 요소가 됩니다.
(중략)
20세기는 물질 그 자체의 존재가 눈에 띄게 강했던 시기였습니다. 저는 그런 부적절한 존재감에서 도망가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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