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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스 솔라노/이수정 역] 한국에 삽니다(2016)

독서일기/에세이(외국)

by 태즈매니언 2019. 1. 5.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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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혜님 덕분에 알게 된 책. 마약왕의 나라 콜롬비아 출신 코스모폴리턴 청년이 보고타에서 만난 한국여성과 결혼해서 2013년의 겨울날부터 이태원의 다세대주택에서 보낸 1년 동안의 한국생활 경험과 당시 내면의 고민들을 담았다. 가족과 친구들이 지구 반대편에 살면서 의지할 사람은 아내와 같은 나라 사람 두어 명 밖에 없는 외국살이의 어려움도 담겨있다.

 

저자 안드레스 솔라노는 스페인어권에서는 인정받는 젊은 작가라는데, 인터뷰 사진을 보니 엄청 잘 생겼다. 아내가 왜 오다기리 조 닮았다고 했는지 알겠더라. ㅋㅋ/

 

원래 고국에서 스페인어로 출간된 에세이 <외줄 위에서 본 한국(Corea, apuntes de la cuerda floja)>를 아내가 한국어로 번역해서 작년에 나왔다. 저자는 한국에서도 영어와 스페인어를 써서 한국어는 거의 못하는 것 같다.

 

아내를 만나기 전에 사귀던 어느 한국 여자와 모텔에 갔던 이야기나, 이태원에서 스쳐가는 매력적인 외모의 여성들을 보며 느꼈던 외도의 유혹에 대한 고민등을 솔직하게 쓴 남편인 저자나, 이런 부분까지 꼼꼼하게 읽으며 공들여 번역한 아내분 모두 대단하다.

 

둘 다 코스모폴리턴이라 그렇지 보통의 유교문화권 아시아 여성과 남미 남성(콜롬비아 말고 다른 남미국가 남자들도 비슷하다고 치면)이 결혼한다면 문화적인 부분에서 갈등이 꽤 클 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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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인 수정은) 서울대학교 최초의 국악 타악 전공자라고 했다. 나는 그 사실을 몰랐다.(중략) 나는 가끔 음악을 하던 시절이 그립지 않으냐고 묻곤 한다. 그녀는 남미 투어 때 악단 대표가 국악기로 '엘 콘도르 파사'를 연주하라고 시킨 이후로 음악을 그만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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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이라는 일은 음악가처럼 악기를 정확하게 조율한 뒤 그 악기 줄이 공명하여 울림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기다림을 수반한다. 김인숙이나 황석영, 박민규의 문장이 잘 번역되었다면 그것은 바로 그 울림때문이다. 번역된 언어로 재 연주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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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우스 파티가 뭔지 잊었고, 옆 사람의 대화를 엿듣는 게 어떤 건지도 잊었다. 하지만 대신 새벽에 내 마음대로 거리를 활보한다. 누가 길에서 나를 놀라게 할까 봐 주위를 흘깃거리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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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종 길에서 얼굴을 전부 가린 중년 여성들과 마주친다. 해를 차단하는 비행접시 모양의 챙이 달린 모자로는 부족한 드하다. 눈을 제외한 나머지를 가린 마스크도 쓰고 있다. 손에서 팔까지도 역시 토시로 가려져 있다. 물론 다리도 마찬가지다. 1밀리미터의 살도 햇볕에 드러내지 않겠다는 의지다. 극도로 보수적인 무슬림 국가에서 살게 되면 이들의 마음이 놓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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