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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다 데루오/최윤영 역] 혼자가 되었지만 잘 살아보겠습니다(2017)

독서일기/에세이(외국)

by 태즈매니언 2019. 4. 24.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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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이전 기관 특별공급으로 청약한 아파트 공급계약서를 쓰고 나서부터 거의 3년 동안에 걸친 이사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었습니다. 그간 손바닥만한 책이 10kg짜리 아령처럼 보여서 집어들 엄두가 나지 않더군요. 일도 좀 몰렸고. ㅠ.ㅠ 다행히 새 집 꾸미기는 만족스럽게 끝났습니다.

 

한 숨 돌리는 상황이 되니 지금 저와는 전혀 상관없는 것 같지만 미래에 닥칠 수도 있는 일을 먼저 경험한 이 남자의 경험담이 궁금해지네요. 그런데 까딱했으면 읽다가 만 책이 될뻔 했습니다. 저자와 아내 안과의사였는데, 그게 언급될 때까지 난 아내가 전업주부인줄 알았어요. 제 아버지뻘도 이렇게까지 집 안에서 손 하나 안움직이지는 않았는데. 아내 분께서 남편을 정말 사랑하신 것 같긴 한데 어찌보면 파라오를 모신 것처럼 보일 정도였습니다. 평생 살면서 청소 한 번, ATM에서 현금 인출 한 번 안해보고 살아올 정도는 재벌 2세 정도는 되어야 누리는 호사일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어이없어 하며 봤지만, 이렇게 전적으로 아내에게 모든 걸 의지해온 생활 무능력자 70대 남자가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이 걸음마를 떼는 아이 같더군요.

 

책을 덮을 때쯤에는 다시 심술궂어졌습니다. 과연 저축한 돈이 두둑하고 은퇴 후에도 촉탁직으로 일하는 전문직이면서 자식들도 다들 잘 살고, 아프면 제자들 병원에 연락하면 칙사대접해주는 호사를 누리고 있는 70대 홀아비들이 일본이나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그런 사람도 노후에 홀로된 삶이 어렵고 힘들다니.. 거참 마음이 명랑해지는 조언입니다. 그래도 이 책 덕분에 제 직장의 정년퇴직을 앞둔 선배분들의 마음을 좀 헤아리게 되었네요.

 

전 자취를 오래 해서 생존스킬은 장착했으니 기본적으로 저자보다 유리합니다. 골밀도나 근력이 떨어지지 않게 몸 관리하고, 어린 사람들하고도 친구가 될 수 있도록 지갑을 열고 덕을 많이 쌓는 것으로 홀아비 생활에 대비해야겠다고 마음 먹어 봅니다. 대한민국 여성의 평균 수명이 남성보다 5년 정도 기니까 발생할 가능성이 높진 않지만요.(우리나라 국민들의 평균수명이 세계 3위권이라니.. 맙소사!)

 

참, 그리고 돈은 역시 젊고 건강할 때 써야 제 맛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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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쪽

 

현역 생활을 은퇴하고 일흔 넘어 아내를 잃고 혼자가 되지 이제 더 이상 애쓸 필요가 느껴지지 않습니다. 젊은 시절의 좌절이나 인생의 실망에서 오는 허무함이 아니라 노인으로서 이제 내가 할 일은 충분히 다 했다는 만족감을 느낍니다. 더불어 인생의 멋진 파트너가 곁에 없으니 이 이상 애쓰며 살아갈 의미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결코 허무한 건 아닌데 내 인생에 만족하면서도 죽음에 대한 동경이 생겨나더군요. 오늘 밖에 없다는 생각으로 내일을 향하는 마음이 옅어집니다.

 

225쪽

 

일흔을 맞이하고 보니 환자의 인생은 내 인생과 꽤 많은 부분 겹쳤습니다. 비슷한 사회의 변화를 겪어온 동지끼리 통하는 일종의 공감이지요. 진단이나 치료는 최신 의학에 근거를 둬야 합니다. 다만 진단이나 치료법을 선택할 때는 그 환자의 인생 역사를 더듬고 그 배경에 있는 사회적 추이를 이해하는 게 중요합니다. 머리가 백발이 되어 환자와 공유할 수 있는 역사가 길수록 사람과 그 병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이것이 '환자는 백발을 믿는다'라는 문구의 참의미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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