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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강래]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2018)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19. 2. 5. 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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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여유가 없다보니 잠깐 짬을 내서 책을 집어들어도 집중이 안되서 내려놓기 일쑤였다. 그런데 마강래 교수님의 이 책은 단숨에 읽었다. 세미나 때 강연하시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는데 전작 <지방도시 살생부>도 그랬듯 대중에게 자신의 주장을 전달하는 능력이 일품이다.

 

나는 전남 보성군의 면단위 출신이다. 광주광역시로 전학했고, 대학 입학과 함께 서울로, 취업 후 인천과 경기도 위성도시들, 그리고 지금은 세종시이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는 아닌 면에서 살고 있다. 아직은 주말마다 일산을 오가긴 하지만 세종시로 내려온지도 5년째에 접어들다보니 수도권 물도 좀 빠졌다. 그러다보니 도시계획을 전공하신 지방에 대해 애정이 많은 마교수님의 이 책이 더 각별하게 와닿았다.

 

마교수님은 지방자치단체를 지방정부라고 부르며 지방분권을 위해 5년간 50조를 쓰겠다고 달려든 현 정부의 위정자들에게 '권한을 받을 공간 단위를 먼저 조정한 후에 분권을 진행해야지 다짜고짜 권한부터 이양하면 지방이 소멸해버릴 수도 있다며 경고한다. 그리고 지방의 대도시권을 육성해서 수도권에 맞서 일자리와 인구를 지켜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에드워드 글레이저가 <도시의 승리>에서 주창한 것처럼 수도권과 부산경남해안벨트 정도만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메갈로폴리스로 남고, 나머지 지역은 어쩔 수 없이 홋카이도의 유바리시처럼 소멸해도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은 이 책을 볼 필요가 없다. 수도권과 지방의 장기적인 공존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한다. 이 책을 보면 아군끼리 오인사격하는 참사는 좀 줄어들지 않을까 싶으니.

 

하나의 행정동 안에 위치한 일 개 아파트단지인 송파구 헬리오시티는 9,510세대, 부산 용호동의 LG메트로시티는 7,374세대이다. 세대당 평균 가구원 수를 2.5명으로만 잡아도 각각 2만 3천 명, 1만 8천명 넘는 주민이 거주한다. 226개 기초지자체 중 울릉군을 제외하더라도 전북 장수군, 경북 영양군보다 많다.

 

이런 상황에서 공간의 형평성이라는 이념을 위해 대도시의 성장을 막으면서까지 퇴락하는 지방 중소도시들에 투자를 계속하는 것이 타당할까? 그나마 지방에서 일자리와 인구를 모을 힘이 있는 지방 대도시를 중심으로 한 연계망 형성에 중점을 두고, 최준영 박사님께서 제안한 지방주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직접 교부하는 방안이 낫지 않을까?

 

페친 한승혜님께서 후쿠오카와 나카사키 여행 소감에서 쓰셨던 것처럼 수도권에서 향유하던 집적의 이익(도시는 공유경제의 가장 오래된 발명품이다.)을 엇비슷하게 누릴 수 있는 지방 대도시를 만들고, 그 대도시를 중심으로 주변 중소도시들이 수도권의 위성도시처럼 연계되면 좋겠다.

 

예타면제 사업으로 추진예정인 세종-청주 고속도로, 대전-세종 도시철도 1호선 연장, 세종-공주 BRT 등으로 인해 대전권에 북규슈권같은 연계도시망이 형성되었으면...(오송역 똥덩어리만 보면 숨이 막히지만 ㅠ.ㅠ)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거의 기대하기 힘들지만, 기존 기초지자체 통폐합이나 광역지자체를 폐지하고, 3~5개의 시군을 묶어서 지자체 수를 좀 줄일 수는 없을까? 이런 법을 만들지도 않겠지만 만들어도 강제로 통폐합을 강요한다고 헌재에서 위헌 결정을 내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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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3쪽

 

물론 행정구역을 통합한다고 해서 문제가 완전히 사라지는 건 아니다. 통합된 지자체 안에서도 주민들은 자기 집 가까이에 기피시설이 들어서는 걸 반대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경우는 통합 지자체가 피해를 보는 주민들에게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게 가능하다. 지자체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것보다 지자체 '내'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훨씬 수월할 수 있다.

 

행정구역을 합치면 행정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중략) 가장 심각한 곳은 영양군이다. 자체수입은 98억 원 정도인데, 공무원 인건비로만 315억 원 정도를 쓴다. 영양군의 인구가 1만6500명 정도니, 주민 1인당 공무원 인건비는 190만 원 안팎이다. (중략) 반면 인구 70만의 화성시는 자체수입이 1,090억 원 정도로, 주민 1인당 공무원 인건비는 15만 원이 조금 넘는 수준에 불과하다.

 

137쪽

 

2017년 현재 남한에는 2,300개가 넘는 터널과 3만3천개 정도의 교량이 설치되어 있다. 이 정도면 산과 강의 경계가 무색해졌다고 볼 수 있다. 이런 행정구역이 지금의 생활공간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을까?
(책에 등장하는 전남 장성군의 사례를 보면 광주로 가는 군내버스는 10~15분에 한 대인데 읍내에서 다른 면으로 가는 버스의 배차간격은 1시간 이상이다.)

 

156쪽

 

국토, 도시 분야를 공부한 사람들은 공간적 쏠림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그런 사람들조차 '거점'이란 단어를 꺼림칙하게 느꼈다. 단어가 터부시되면 나타나는 현상이 있다. 본질은 그대로인데 이름을 바꾸는 것이다. 혁신거점도 '혁신클러스터'가 되었고, 거점도시도 '중심도시' 혹은 '중추도시'가 되었다. 심지어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도 등장했다. "클러스터는 되는데 거점은 안 된다!"

 

174쪽

서울 지하철 294개의 역세권 주변의 용적률은 160%다. 서울시 상업지역 용적률(307%)의 절반에 불과하다. 역세권 주변 용적률을 상향하면 주택을 충분히 공급할 가능성이 있다.

 

204쪽

 

노무현 정부의 '거점', 이명박 정부의 '광역적 공간계획', 박근혜 정부의 '연계협력'은 국토 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중요한 공간 정책 수단이다. 각 정부의 정책들을 모두 융화할 수 있는 묘안이 있다면, 이들은 엄청난 폭발력을 갖고 지방을 살리는 기폭제가 될 것이다. 지난 세 정부의 정책을 모두 한데 녹인다면 어떤 모습일까? 아마도 다음 문장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보다 넓은 공간단위를 염두에 두고(이명박 정부), 거점을 키워서(노무현 정부), 이런 거점을 중심으로 주변 도시들과 연계협력 방안을 모색하자!(박근혜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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