얇은 분량으로 미국 주요 대도시의 도시사를 다룬 책이 있었구나. 미국 통사를 읽을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큰 도움이 되었다. 저자 박진빈 교수님은 유펜에서 역사학 박사 학위를 취득한 분이라 내용도 탄탄하다.(믿고보는 영미계 주류 사학계 --;) 저자의 성향은 꽤 좌파로 예상되지만 본인의 성향도 적절하게 절제하셨더라.
필라델피아, 시카고, LA, 애틀란타, 세인트루이스, 앨커트래즈, 워싱턴DC, 뉴욕을 다루는데 세인트루이스와 샌프란시스코 앞바다의 섬 앨커트래즈를 꼭지로 다룬 게 인상깊었다. 특히 세인트루이스의 고밀도 공공주택 프루잇-아이고의 실험에서 철거까지의 과정은 이 책의 백미인 것 같아 공유한다. 나중에 샌프란시스코에 갈 기회가 있으면 앨커트래즈 섬 역사기념관을 들러서 원주민 점거 기념자료들도 봐야지.
1971년이라는 철거시점에 한국에서는 중산층을 위한 고밀 아파트단지의 물결이 시작되었다는 점을 주목한 오석태 박사님과 최준영 박사님의 글이 던졌던 의미를 이제야 알 것 같다. 어쩌면 미국에서도 한국식 아파트단지들을 볼 수 있었을텐데.
인류문명에서 대도시 중산층들을 위한 쾌적한 주택공급의 방법이라는 점에서 (입체)환지+선분양+집단대출이라는 삼위일체를 발명해낸 영광스런 대상 수상자는 한국의 독재정권이 되었구나.
미국이라는 젊은 공화국의 국가적 기억과 기념의 공간을 곳곳에 배치한 워싱턴 DC에 비해 대원군이 무리해서 중건한 경복궁 등 조선시대 유적들에 눌려서 광화문 외에는 뚜렷한 공화국의 상징공간이 없는(과연 동작동 국립묘지를 시민들이 찾아갈까?) 서울과 대비되더라.
정부부처나 공공건물을 짓지말고 센트럴파크 같은 공원으로만 만들어도 성공이라고 생각하는 용산미군기지 반환부지에 한국현대사를 기념할 추모의 공간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의 이념적 갈등구도를 생각하면 시작하지 않는게 낫겠지. ㅠ.ㅠ
--------------------------
66쪽
1900년 당시 시카고는 (중략) 전 세계적으로도 보헤미안이 두 번째로 많은 도시, 노르웨이인과 스웨덴인이 세 번째로 많은 도시, 폴란드인이 네 번째로 많은 도시였다.
95쪽
그랜드캐니언의 콜로라도 강과 더불어 오늘날까지도 LA를 포함한 미국 남서부 지방의 주요 수원인 오언스 강 하곡은 LA의 증가하는 인구에 충분한 용수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수력 발전을 통해 값싼 전기를 고급함으로써 이 지역의 산업화를 가속화하는 원동력이 되었다.
134쪽
심지어 애틀란타 남서부에 위치한 캐스캐이드하이츠지역에서는 이른바 '애틀랜타의 베를린 장벽'이 만들어졌다. 1962년 흑인들이 시내에서 서쪽으로 옮겨 오면서 백인 주거 구역을 침범하고 있다는 생각에 불안감을 느낀 주민들이 시장에게 흑인들의 유입을 막아달라고 탄원했고, 그러자 시정부가 이를 위해 도로에 바리케이드를 설치한 것이다.
(중략)
결국 법원에서 위헌 판결이 나면서 이 바리케이드는 이듬해 봄에 철거되었다. 하지만 이 바리케이드가 없어지자 백인들은 더 큰 공포에 빠졌고, 불과 몇 달 새에 대부분의 백인 주민이 이사를 가버렸다. 그 결과 1960년대 후반에는 캐스캐이드하이츠가 흑인 구역이 되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정영희] 건축가가 사는 집(2013) (0) | 2019.03.02 |
---|---|
[리처드 플로리다/이원호, 이종호, 서민철 역] 도시와 창조계급(2005) (0) | 2019.02.27 |
[모종린] 골목길 자본론(2017) (0) | 2019.02.22 |
[마강래]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2018) (0) | 2019.02.05 |
[유나연] 아파트, 신뢰를 담다(2017) (0) | 2018.11.28 |
댓글 영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