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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종린] 골목길 자본론(2017)

독서일기/도시토목건축

by 태즈매니언 2019. 2. 22.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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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계통있는 독서를 하자고 마음 먹고 보고자 했던 분야가 도시계획/도시재생/지역발전쪽이었다. 결국은 서너 권 보고 말았지만 제인 제이콥스의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과 함께 보고 싶었던 책이 모종린 교수님의 <골목길 자본론>이었다.

 

다 읽고 나니 단행본이라기보다는 출연연의 정책연구보고서를 본 느낌이 들었다. 저자의 개성있는 주장보다는 선행 서적과 국내외 사례의 소개, 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에 대한 강조와 제도개선방안 제시라는 흐름이 익숙했고, 논란이 많거나 실패 사례에 대한 날선 비판을 자제하고 있어서 인 것 같다. 교육과 훈련, 취업, 창업에 이르는 창조인재의 골목길 진입 과정을 통한 도시재생과 골목 산업 정책을 위한 제안들을 담고 있지만 응용적인 정책제안이라 '자본론'이라는 제목은 안맞는 것 같고.

 

또, 저자께서 서울시 미래서울자문위원회 위원장 직함을 갖고 계시고, 박원순씨의 추천사가 책 뒷표지를 차지하고 있다보니 드는 선입견일 수 있겠지만 분명히 서울시장의 잘못된 정책에 대해서 명확하게 지적하지 않고 지나가는 부분들도 아쉬웠다. 책 132~133쪽, 279쪽, 333쪽, 359쪽 등에서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요청하는데, 과연 인센티브도 없는 공무원들에게 맡겨서 제대로 될지 의문이 들었다. '길은 길로 평가 받아야' 챕터를 통해 서울로7017 사업을 변호하고 있는데(확인해보니 이 챕터는 서울로7017이 논란이 되었을 때 아주경제에 기고한 칼럼을 보완한 글이더라.), 난 서울역 서부지역의 연결성 강화를 위한 효과적인 정책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쉬운 부분들을 길게 언급하긴 했지만 얻어갈 내용들이 많은 책이다. 일단 골목상권의 형성에서 선구자 격인 가게와 그 창업자들의 중요성을 꼼꼼한 조사결과를 가지고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도쿄도 무사시노시의 키치죠지와 도쿄역 앞 마루노우치 나카도리의 매력은 내가 직접 가보고 느꼈기 때문에 저자의 설명에 구구절절 공감하며 읽었다.

 

저자가 강조하고 광활한 홍대-합정-연남동-망원 상권이 현실로 보여주는 것처럼 매력적인 도시를 만드는 핵심동력은 사람, 그 중에서도 창조계급이다. 그렇다고, 다른 도시들이 홍대처럼 예술과 디자인으로 특화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요즘 나처럼 1940~60년대 미드센추리 빈티지가구들에 대한 수요가 느는 것처럼 타오바오와 다이소로는 채워질 수 없는 '공예(handicraft)'가 가지는 여전한 매력을 살려야 하지 않을까? 전통을 전수하는 무형문화재가 아닌 당대의 감각으로 재창조한 공예품을 만들어내서 유한계급 소비자들의 고급 취향을 자극하는 숙련 자영업자들의 가게가 많은 거리를 걷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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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공간 디자인, 접근성, 문화 인프라, 임대료 등 물리적 조건을 갖췄다고 해서 모두 골목문화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다. 개성 있고 창의적인 소상공인이 모인 거리만이 매력적인 골목문화를 생산한다. 그럼에도 정작 도시 연구에서 골목길 문화를 생산하는 소상공인, 골목문화 상태계를 만들어가는 지역활동가에 대해서는 소홀히 여기는 경우가 많다.

 

92쪽

 

우리는 관광 자원을 문화재, 자연 경관으로 한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급격히 증가하는 도시여행자들에게 중요한 관광 자원은 편리한 대중교통, 걷기 좋은 거리, 그리고 특색 있는 가게와 익숙한 브랜드가 공존하는 상업시설의 존재다. 그렇다면 지자체의 우선 과제는 자명하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도시여행자들을 위해 대중교통망을 확충하고 걷고 싶은 거리와 마을을 조성하는 것이다.

 

259쪽

 

2000년 일본 정부는 공중권이라는 개념을 도입해 고층 건물 건축을 장려했다. 공중권이란 어떤 건물이 사용하지 않은 용적률(대지 면적에 대한 건물 연면적의 비율)을 타인에게 매도할 수 있는 권리다. 마루노우치 지역의 규정 용적률은 1,300%이며, 2007년 4월에 문을 연 신마루비루는 도쿄역의 미사용 용적률 500%를 사들여 자신의 용적률을 1,800%로 확대했다고 한다.

 

357쪽

 

한국 공예학교의 경우 수강하는 학생들에 대해 별도의 자격 제한이 없다. 반면 (일본의) 직인대학 학생들은 수준 높은 기법을 전수받을 수 있도록 대부분의 연수생이 10년 이상의 전문가들로 선별된다. 이미 해당 분야의 전문 인력이라도 장인으로 거듭 성장시키기 위한 심화 커리큘럼 중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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