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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규] 회사말고 내 콘텐츠(2019)

독서일기/에세이(한국)

by 태즈매니언 2019. 12. 19. 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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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기성세대들에게는 '회사말고'가 들어가는 제목부터 좀 부담스러운데 앞표지에 있는 '남의 생각에 시중드는 일을 그만두기로 했다'라는 문장때문에 40대 이상들은 이 책을 펴보지도 않을까 걱정된다.

 

취업에 목매달지 않아도 콘텐츠를 만들어서 나만의 커리어를 만들면 된다는 주제는 유투버들의 시대에 당연하게 들린다. 언뜻보면 2001년 다니엘 핑크가 <프리에이전트의 시대가 오고있다>에서 썼던 내용의 변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책의 큰 장점은 나처럼 90년대생들하고 일하기 시작한 꼰대들에게 밀레니얼세대의 학습법과 직업을 생각하는 태도를 알려준다는 점이다.

 

먼저 나온 <90년대생이 온다>가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긴 했는데 실제로 밀레니얼세대와 일하는 꼰대들에게 더 유용한 책은 이 책일 것 같다. 본질적인 부분을 잘 짚어내고 있고 일을 하는 걸 다루니까.

 

지난 반년 동안 도서사기감시단 그룹에서 활동하면서 엉성한 사기꾼을 무비판적으로 따르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에 깜짝 놀랐고 실망도 많이했다. 졸꾸들에게 별로 애정은 없지만 책을 읽고 학습하는 방법을 터득해서 자기계발을 하고 싶다면 이런 책을 읽어야 한다.

 

사기꾼이 읊어대는 현학적인 말들은 나오지도 않고, 학벌자랑 직장자랑도 없다. 자신을 받아주는 회사가 없어서 문을 두드리면서 내 컨텐츠를 만들어왔다는 겸손한 학교 선배의 조언이 담겨 있을 뿐.

 

왜 이렇게 구구절절 칭찬하냐고? 내가 지금 일하고 있는 정부출연연구기관이 대학교 교수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회사일을 하면서 내 콘텐츠를 가꾸기 좋은 직장이기 때문이다.

 

내 스스로 겪어보고 직장 만족도가 높기 때문에 다른 직장들도 이런 장점을 도입했으면 싶었는데, 이 책을 보니 누구든 내 컨텐츠 만들기라는 '정원 가꾸기'(직관적이고 탁월한 비유다)를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설명하고 있더라.

 

인용하는 부분이 좀 많은데 이런 좋은 글들이 담겨 있으니 많이 보시면 좋겠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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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6쪽

 

홀로 일한 지 3년여가 지났을 때 깨닫게 된 것은 회사의 '시스템'은 개인 차원에서는 '습관'이라는 것이다. 회사를 나와서 조직의 일원이 아닌 나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면, 진정한 자신과의 처절한 대면이 이루어진다.

 

121쪽

 

이제는 나와 무관한 것들에 대해서는 선망하지 않기로 했다. 내 문제에 대해서 완결성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었고 그 것을 내 콘텐츠에 담으려 했다. 이제는 '지금, 여기'에 있는 내 문제를 바로 보고자 했다. 내 문제를 개선하는 건 나를 위한 일인데 그로 인해 콘텐츠까지 만들 수 있다면 완전히 금상첨화다. 당신에게 해결하고 싶은 절박한 문제가 있다면 독자를 가질 이유도 충분하다.

 

124쪽

 

소비만 하던 사람이 생산도 하는 사람으로 바뀌면 안 보이던 것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누군가가 만들어놓은 세상에서 소비만 하며 살다가 이제는 그것을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것이다.

(중략)

만드는 길에 점점 깊이 들어설수록 수많은 사람의 기여로 만들어진 겹겹의 세상 위에 내가 서 있는 것을 뚜렷하게 보게 된다. 그런데 거기에 나도 한 획을 더한 것 아닌가!

 

128쪽

 

소비에만 머물다가 생산의 자리로 위치를 바꿔보면 누구라도 이 고민에 맞닥뜨리게 된다. 내가 만들 콘텐츠가 '무엇'이어야 하는가도 정말 중요하지만, 그 콘텐츠를 만듦으로써 나의 정체성이 어떤 식으로 확장되는지도 고민해야 한다.

 

148쪽

 

만드는 사람이 배우는 것이지 배운 사람이 만들지 않는다. 이 차이는 크다. 돌아보면, 스스로를 만드는 자리에 위치하게 한 것이 시작이었다. 나를 '만드는 사람'의 자리에 의도적으로 앉혀보니 학습에 관한 관점이 완전히 뒤집힐 수 있었다.

 

176쪽

 

구글맵 이후로는 길을 잃기가 어렵다. 길을 잃지 않아도 된다는 건 의식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거꾸로, 길을 잃거나 정해진 경로를 이탈한다는 건 사람을 의식적으로 만든다.

 

266쪽

 

기성세대는 자신이 가진 콘텐츠를 온라인상에 쉽게 꺼낼 수 있도록 도와줄 사람이 필요하다. 온라인 제국의 강자들은 게임만 잘하고 PPT만 잘 만드는 것이 아니다. 온라인 제국의 길을 꿰고 있고, 필요한 자원이 어디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중략)

박막례 할머니도 PD역할을 한 손녀가 없었다면 세상에 데뷔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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