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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클린 포어/이승연, 박상현 역] 생각을 빼앗긴 세계(2019)

독서일기/테크놀러지

by 태즈매니언 2020. 3. 1.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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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과 부제, 표지디자인까지 모두 눈길을 끌었던 책. 저자 프랭클린 포어는 미국의 수도 워싱턴에서 1914년부터 200년 넘게 발행되고 있는 잡지 <뉴리퍼블릭>의 편집장 출신이다.

 

전통적인 언론산업 종사자가 본 IT 플랫폼 기업들의 여론 독과점과 조작, 이러한 테크기업들로 인해 전통적인 언론사들의 경영 현실에 어떻게 바뀌었는지 등을 전해준다.

 

무한정에 가까운 정보가 범람하는 시기에 수용자들의 주의력은 갈수록 희소한 자원이 되어가고 있다. 그럼에도 보다 포괄적이고 개방적인 콘텐츠의 플랫폼이 될수록 제국의 영토가 넓어지는 구글, 아마존, 애플과 같은 기업들은 전통적인 유료구독모델의 미디어산업을 무료 콘텐츠모델로 바꾸고 있다.

 

정통적인 언론계 종사자가 왜 IT플렛폼 제국들을 우려하고 적대시하는지는 충분히 알겠다. 하지만 그레이엄 가문이 소유했던 시절의 <워싱턴포스트>와 같은 공익적인 사명을 가지고 편집과 경영을 분리한 언론사의 미덕을 제대로 느끼지 못한 나에게는 그리 와닿지 않았다.

 

CGV이전의 영화계, 조아라의 1편 100원 연재와 카카오페이지 이전의 장르소설 출판시장, 다음과 네이버 웹툰 이전의 출판만화시장 시절을 떠올려보면 전통적인 사업자인 신문과 잡지사들이 세계 유수의 몇몇 저널 외에 유료구독모델을 구축하지 못했다고 해서 IT 플랫폼 기업들이 생각을 빼앗아갔다고 할 수 있을까?

 

아직 적절한 수익모델이 탄생하진 못했지만 클릭수만 노리는 표피적이고 선정적인 미디어들에 소비자들도 진력이 나고 있으니 이용자들의 글을 공짜로 채취하고 있는 페이스북의 문제점을 해결한 미디어 플랫폼이 탄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비록 블록체인 기반 SNS 플랫폼 스팀잇은 지리멸렬해졌지만 말이다.

 

테크기업에 대한 반독점법 적용 문제도 다루고 있는데 저자가 다루기 버거운 주제였던 것 같고, 분량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부가 환경을 보호하듯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데이터보호국을 설립하자는 저자의 의견이 바로 EU의 GDPR의 바탕에 깔린 정신인 것 같고,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계속 논의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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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쪽

 

페이스북의 알고리듬은 10만 개가 넘는 '시그널'을 사용해서 사용자가 무엇을 볼지를 결정한다. 어떤 시그널들은 페이스북 사용자 모두에게 적용되지만, 어떤 것들은 사용자의 특정 습관이나 그 친구들의 습관을 반영한다. 어쩌면 페이스북조차도 그 복잡한 알고리듬을 더 이상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다. 6,000만 줄이 넘는 페이스북의 코드는, 엔지니어들이 계속해서 코드를 더해온 결과 이제는 해독이 불가능한 고대의 문서처럼 되어버렸다.

 

179쪽

 

업워디社는 같은 기사에 25개의 다른 헤드라인을 작성한 후, 소프트웨어의 도움으로 그 25가지 헤드라인을 모두 발행했다. 그리고 가장 클릭을 많이 받는 헤드라인을 찾아냈다. 이 결과들을 근거로, 업워디는 가장 많은 히트 수를 불러오는 구문 패턴을 찾아냈다. 이 공식들은 대단히 효과가 커서 인터넷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너무 남용되는 바람에 독자들이 속임수를 가려낼 수 있게 되면서 영향력을 상실했고, 매체들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 내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186쪽

 

(<뉴리퍼블릭>의 편집장인) 나를 지배한 주인은 '차트비트'라는 이름의 사이트였다. 이 사이트는 편집자와 기자들, 그리고 그 윗사람들에게 웹 트래픽 수치를 실시간으로 제공했다. 모든 개별 기사의 독자 수가 깜빡거리며 표시되었다. 이 사이트가 암시하는 바는 분명했다. 언론은 경쟁이며, 인기투표라는 것이다.

 

287쪽

 

그날 하루 내가 무슨 글들을 읽었는지 돌아보고 돼새기려면 잘 되지 않는다. 물론 컴퓨터를 뒤지면 정확한 기록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막상 책상에 앉아 컴퓨터화면을 스쳐간 모든 트윗과 기사와 포스팅을 열거하려 시도해보면 실제로 기억나는 게 거의 없다. 웹에서의 읽기는 정신 없이 벌어지는 일로, 압축되어 있고, 닥치는 대로 일어나며, 몰입도 잘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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