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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케리루/박아린 역] 배드 블러드(2018)

독서일기/의학

by 태즈매니언 2020. 3. 2.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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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험자의 피 몇 방울만 있으면 240가지의 혈액검사를 할 수 있는 기기를 개발해서 세상에 기여하겠다던, 실리콘밸리의 유니콘 테라노스社와 CEO 엘리자베스 홈즈의 실체를 파헤친 <월스트리트저널> 존 캐리루 기자의 책.

 

먼저 읽고 추천해주신 분들이 많아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었던 터라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무협소설처럼 재미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단숨에 읽었다.

 

내용을 소개하면 재미가 없으니 생략. 여러 사건에서 테라노스社를 대리한 로펌 Boies, Schiller & Flexner의 변호사들이 법률을 무기로 벌인 행각들을 보니 세상에서 이런 불한당 개X끼들이 있나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미국 변호사들은 돈이면 별 일을 다 하는구나. ㅠ.ㅠ

 

책을 보면서 기본적인 검진/검사들이나 원격의료 등을 좀 풀어줘야 하지 않나 싶었던 기존의 내 생각도 좀 흔들렸다. 언론사주가 자신이 1억 2,500만 달러나 투자하는 회사에 대한 비판적인 탐사보도를 전혀 제지하지 않은 것도 인상깊었고.

 

미국이야 이런 사기행각이 내부고발자와 편집권이 독립된 언론사의 탐사보도로 밝혀질 수 있었다지만, 중국의 태자당이나 상해방 원로의 자손이 이런 존재하지도 않는 기술을 가지고 사기를 쳤을 때 내부적으로 밝혀낼 수 있을까? 2019년 MWC에서 최고의 폰으로 선정되었으나 1년이 지난 후까지도 도무지 실제 구매자와 이용자를 찾아볼 수도 없는 화웨이의 메이트X를 보면 전혀 기대가 안된다.

 

어제 <생각을 빼앗긴 세계>를 읽으면서 생각했던 것과 연결되는데 결국 언론사의 미래는 짧고 시의성 있는 페이퍼를 수시로 쓰는 애널리스트형 기자와 취재를 통해 복잡한 사건을 긴 호흡으로 탐사해서 책으로 펴내는 논픽션작가형 기자들을 모으고 그들에 대해 적절한 대가와 저작물로 2차 수입을 올릴 수 있게 해주는 플랫폼을 구축한 소수의 언론제국과 SNS 및 뉴스피드형 웹페이지들과 치열한 트래픽 경쟁을 벌이며 광고비 부스러기를 주워먹는 대부분의 회사들로 나뉘지 않을까 싶다.

 

테라노스社야 이미 폐업한 상황이고, 연방 대배심에 11개의 사기죄로 기소되어 있는 엘리자베스 홈즈에 대한 형사재판이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다. 영화로도 제작 중이라니 나오면 꼭 봐야지.

 

헨리 키신저와 조지 슐츠, 매티스 장군 등을 이사회 멤버로 거느린 엘리자베스 홈즈를 보다가 졸꾸러기 추종자들을 거느린 신모씨를 떠올려보니 하는 행태는 비슷한데 어쩌면 이리도 스케일이 차이가 나는지... 도서사기감시단 활동에 현타가 오는 부작용을 준 책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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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쪽

 

테라노스가 고용한 수십 명의 인도인들에게 있어 해고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단순히 월급을 못 받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그들읜 대부분 미국에 H-1B 비자로 체류하고 있었고, 고용 지속 여부에 따라 미국에서의 신분이 보장되기 때문이었다.

 

302쪽

 

엘리자베스는 대중의 관심을 끌려고 노력하긴 했지만, 그녀의 갑작스러운 명예는 오로지 스스로 이루어 낸 것만은 아니었다. 그녀의 출현은 남성이 지배하는 기술 세계에서 여성 기업가가 성공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대중의 심리를 자극했던 것이다. 야후의 마리사 메이어나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그도 실리콘밸리에서 나름대로 명성을 쌓았지만, 처음부터 스스로 회사를 설립해서 키워 내지는 못했다. 엘리자베스 홈즈는 실리콘밸리 최초의 여성 억만장자 기술 기업 창업자가 되었다.

 

384쪽

 

편집장이 작업을 끝내면 신문사의 1면 기사 편집장에게 보내어 아래 직원들이 두 번째로 더 자세한 편집을 진행하게 된다. 그런 다음 윤리와 규범을 총괄하는 표준 편집자(Standards editor)와 변호사가 한 줄씩 읽으며 철저히 확인한다. 이는 종종 몇 주에서 몇 개월이나 걸리는 느린 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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