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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러 토리, 로버트 욜켄/박종윤 역] 우리는 모두 짐승이다(2005)

독서일기/의학

by 태즈매니언 2020. 3. 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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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전염병에 대한 책.

 

최대 추정치로 100만 종의 박테리아와 5,000종의 바이러스가 존재하는 이 세상에서 현대과학으로 밝혀진 인체에 질병을 유발하는 미생물은 1,415종 뿐이라고 한다.

 

<우리는 모두 짐승이다>는 제목은 미생물로 인한 인간의 질병을 이해하고자 할 때 미생물과 인간의 대결구도로 보면 잘못된 이해이고, 미생물과 동물들, 그 동물들 중엣도 4,500종에 이르는 우리와 포유류 중에서 가장 번성한 종인 인간이라는 구도로 봐야한다는 가르침을 담고 있다.

 

전염병에 보다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역학은 물론 의학분야엣도 수의학과 인체의학 사이의 가로막이 좀 더 낮아져야 할 것 같다. 14세기 중반의 대역병 기간에 전체 유럽 인구의 1/3~1/4이 사망하기도 했다니 타노스는 이미 여러 번 심판을 내렸다고 봐야겠더라. 미생물들에겐 인간이나 짐승이나 탐스러운 숙주일 뿐이니.

 

이런저런 사례들을 너무 많이 언급하다보니 좀 난삽한 느낌이 있긴 한데 미생물의 전파유형 분류에 따라 서술한 구성은 진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흐름이라 이해하기에 좋았다.

 

가축을 통해 들어온 대표적인 질병들이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위궤양(양), 백일해와 뇌염(돼지), 천연두와 코감기(소), 결핵(염소), 장티푸스(조류)라는 것도 배웠다.

 

과거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전세계를 휩쓸 전염병은 인구가 가장 많으면서 조밀하게 몰려 살고, 다양한 동물들과 가깝게 접촉하면서 위생관념이 낮은 편인 중국이 될 듯. 우리나라의 코로나 바이러스 진단 키트 개발 R&D사업처럼 마물이 오는 게이트는 항상 열려 있다고 생각하고 대비하는게 안전할 듯 싶다.

 

작년에 호주 여행 갔을 때 봤던 베넷 왈라비(주행성이고 덩치도 큰 편이라 쥐같은 느낌이 덜했음)가 엄청 귀여워서 나중에 전운주택을 짓고 살게 되면 땅 사서 한국에서 여러 마리 키워볼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을 보니 그러면 안되겠다. 나때문에 호주산 왈라비 몸에 있는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돌연변이를 일으켜 새로운 역병의 진원지가 될 수도 있으니. 저자의 우려처럼 개나 고양이가 아닌 이런저런 희귀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이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반려동물들 분양을 하는 것도 질병 전파의 중요한 매개체가 될 가능성이 높으니.

 

현지 한인신문 보도를 보니 원래 왈라비가 없었던 뉴질랜드만 해도 이런 상황이라고 한다.

https://www.nzkoreapost.com/bbs/board.php?bo_table=news_focus&wr_id=721

 

왈라비! 너마저도......

최근 국내 언론들에는‘왈라비(wallaby)’가 갈수록 국내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시급히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보도가 나왔다.이 소식을 전해 들은 교민들 중에는, 캥거루보다 작고 귀여운 외모로 마치 한 마리 반려동물처럼 생각해왔던 왈라비의 또 다른 모습에 놀랐다는 반응들이 적지 않았다.가뜩이나 외국에서 유입된 각종 동식물들로 인해 토종 생태계를 …

www.nzkoreapost.com

생태순환 모델을 이용한 조방적 유기농법이 방역에는 상당히 불리한 모델 같은데, 이런 판데믹을 겪고 나면 살모넬라균을 옮길 수 있는 뒤뜰 닭장보다는 공장식 사육과 도심 스마트팜을 선호하게 될 것도 같다.

 

인구 천만 명 이상의 도시로는 1950년의 뉴욕이 최초였던 인류의 입장에서, 젖과 꿀이 흐르는 밀집된 메갈로폴리스들이 전염병을 옮기는 미생물들에게 얼마나 환장할만큼의 천국인지 유념해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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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쪽

 

1900년 샌프란시스코의 흑사병 감염자는 그 대부분이 중국인 이민자들이었고(질병 발생 지점엣 가장 가까운 지역에 살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반중 감정이 생겨났다. 외국에서 이민해온 사람들이 질병도 함께 들여온다는 생각이 확산되면서 외국인 혐오증도 심해졌다.
(중략)
이처럼 이민자와 전염성 질병을 연관시키는 관습은 이민 제한 운동의 주요 동력이 되었고, 1921년에는 마침내 이민 제한법이 통과되기에 이르렀다.

 

230쪽

 

동남아시아의 물고기 양식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유전자 재조합을 위해서라면 매우 이상적인 환경을 제공한다.
돼지의 분변으로 영양을 공급한 양식장을 야생오리와 집오리가 정기적으로 헤엄친다. 이들은 물을 마시는 동시에 배설기관으로도 물을 흡수한다. 오리들은 물속에 오줌을 누고 똥도 누는데 이때 그들이 가지고 있던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함께 내보낸다. 돼지는 이 물을 마시고 따라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도 함께 섭취한다.
이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오리를 벗어나 연못의 물을 먹는 돼지와 다른 여러 동물에게 긴 시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접근할 수 있다.
오리와 돼지, 사람의 사이를 왕복하는 동안 진화한 새로운 바이러스 균주는, 양식장에 내려앉아 물을 마신 뒤 수천 마일을 날아가 다른 물가에 내려앉는 야생오리의 도움을 받아 이번에는 머나먼 곳까지 퍼져나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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