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생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 고대 유물처럼 전해져온 추천서라 절판된 책을 구해서 봤다. <이계진의 산촌일기>와 비슷한 범주의 책인데 강원도 산촌이 아닌 경기도 여주의 농촌마을이 배경이다.
2003년도에 출판된 책이다보니 시대변화에 따라 요즘과 안맞는 이야기들이 많더라. 귀촌생활과 주택 건축에 대한 유툽 영상들이 넘쳐나는 요즘에 굳이 찾아볼 필요는 없고 저자의 생활 철학이 나와 잘 맞지도 않아서 그냥저냥이었다. 이야기의 흐름을 신경쓰지 않은 책편집도 좀 아쉬웄고.
하지만 인상적인 부분이 있었다.
난 아직 귀촌생활 꿈나무인데 어차피 집성촌이거나 같이 작목반을 꾸리거나 평생을 교류하며 살아온 토박이들과 가깝게 지낼 생각은 없다. 그렇다고 자연인처럼 외로움을 친구 삼아 꿋꿋하게 지낼 자신도 없고.
저자 이시백님은 어릴적 99년 혹은 2000년에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동네에 시골집을 지었다. 그리고 '시골로 가는 마지막 기차'(지금은 없어진 듯)라는 인터넷 홈페이지를 개설해서 자신의 시골 생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이 홈페이지가 사랑방처럼 이시백님과 비슷한 사람들을 끌어모아 나중에는 근처에 사는 사람들과 자주 왕래하고, 전원생활을 꿈꾸던 사람들이 저자가 사는 동네로 모여들어 서로 어울려서 함께 이런저런 일들을 같이 해보는 모습들이 보기 좋았다.
멋진 가게 하나가 골목의 분위기를 차차 바꿔나가듯 시골마을의 귀촌생활자도 비슷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좋은 사례였다.
그나저나 귀촌을 마음 먹고 땅을 8년 동안이나 보러다니시다니. 전원주택 지을 땅 보는 눈은 갑이실듯.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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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쪽
노련한 중개사들은 상대가 어떤 땅을 구하는지 금세 파악해 내기도 하지만 각각의 땅이 지니고 있는 가치도 꿰뚫고 있다. 시골 사람들에게는 묏자리로나 여겨지는 산자락 땅도 어떤 이에겐 그토록 찾아 헤메던 보금자리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처음부터 손님이 찾는 땅을 보여주지 않는다. 마음에 덜 차는 땅부터 보여주어 두어 번 실망을 시킨 뒤, 비로소 회심의 땅을 내보인다. 그러면 그 땅의 가치가 실제보다 훨씬 부풀려 보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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