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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혁진 외 4인] 몬스터 : 한 밤의 목소리(2020)

독서일기/국내소설

by 태즈매니언 2020. 5. 1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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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출판에서 재미난 기획을 했구나. '몬스터(나 혹은 우리 안의 괴물)'을 소재로 하는 테마소설집이라니. 그런데 하필 코로나19의 초입인 2월 11일에 나와서 묻혀버릴 것 같다. ㅠ.ㅠ

 

같은 날에 '한낮의 그림자'와 '한밤의 목소리'를 백과 흑의 표지로 함께 펴냈더라. 열 명의 작가들 중에 <누운 배(2016)>와 <사랑의 이해(2019)> 두 권의 장편소설로 나를 매혹한 이혁진 작가의 첫 단편이 보고 싶어 <몬스터:한 밤의 목소리>를 봤다.

 

기대를 잔뜩했는데도 이혁진 작가님의 <달지도 쓰지도 않게>가 예상했던 이상으로 탁월해서 뿌듯하구나. 단 세 편의 작품으로 '일'과 '사랑', '가족'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런 심오한 통찰을 던지시는 분이라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소설가가 된 모습이랄까?

 

'당신이 생각하는 몬스터는 어떤 모습인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도 인상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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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4쪽

 

하지만 결국 그 해맑음에 질 수밖에 없었다. 남이 아니니까, 가족이니까. 며느리가 어처구니없을 만큼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밀어붙이는 그 사실이 엄마에게는 오래전에 없어진 것, 닳아지고 일어진 것이었다. 돈이 없으면 그랬다. 애정과 유대는커녕 변변한 의무와 책임조차 수행할 수 없었다. 엄마라서 늘 미안했고 그 미안함때문에 괴로웠으며 그 괴로움 때문에 다시 미안한 짓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 가장 가까이에 있는, 남이 아니라 가족이었기 때문에. 많은 일이 떠올랐다. 화를 내지 말았어야 할, 지금의 이 일처럼 화를 낼수록 더 나빠질 뿐이고 실제로 그렇게 되고 만 일들이.

 

127쪽

 

"그래도 지금 아는 건 이런 거야. 남한텐 내가 잘해준 것만 남는데 식구들한텐 내가 못 해준 것만 남아. 그것도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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